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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블루에 콜 몰아줬다” 이재명에 경고받은 카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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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시장독점 방지 대책 토론회’ 환영사에서 플랫폼 독점을 비판했다. [사진 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시장독점 방지 대책 토론회’ 환영사에서 플랫폼 독점을 비판했다. [사진 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플랫폼 기업 겨냥에 나섰다. 택시호출 앱이나 배달 앱은 고속도로 같은 플랫폼인데 이를 일부 기업이 독점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광역지자체장이 '공정'을 명분으로 내세워 기업 때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도 ‘택시콜 몰아주기’ 의혹 제기 #“일반택시 콜 이전보다 30% 줄어” #이재명 “맘대로 통행료 규제해야” #‘배달앱 2탄’ 되는 것 아니냐 분석 #택시 0.4% 조사, 확대해석 지적도

24일 경기도는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카모)가 카카오 가맹택시에 일반택시보다 택시호출(콜)을 몰아준다는 의혹이 일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카카오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등장한 이후부터 일반 택시기사들이 택시호출 중개 앱(카카오T)에서 받는 콜이 이전보다 29.9% 줄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독점 방지 대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열흘 간 경기도 내 7개 시군구 지역에서 일반택시의 콜 수를 조사하니 일반택시에 카카오T 앱이 보내주는 월평균 콜이 165건으로 가맹택시 진출 전(230건)보다 줄었다고 한다. 경기도는 "카카오 가맹택시가 운행을 시작한 후 일반택시는 매출도 13% 가량 줄었다"고 했다. 강선희 경기도 유통공정팀장은 “각 지역별 최소 5명 이상 택시기사 호출·매출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의 발표는 그간 택시업계가 주장한 내용과 일치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식 경기도 개인택시운송조합 이사장은 “가맹사업 자체를 반대하는게 아니라 생존권을 위협하는 불공정한 배차 방식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입자 2600만명인 택시중개 앱을 운영하면서 직영(914여대)과 가맹(1만372대) 택시를 함께 운영해 '자기 편'에 콜을 몰아주는 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다.

카카오T블루 도입 후 월 평균 콜 건수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카카오T블루 도입 후 월 평균 콜 건수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지사는 플랫폼 기업 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세계경제 질서가 디지털 경제, 플랫폼 경제로 기술혁명의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현 상황은, 경부고속도로 같은 중요 기반시설을 특정 개인, 업체가 독점해 통행료를 마음대로 받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4월 배달앱 '배달의민족' 측이 음식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올리려 하자, "독과점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배민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을 심사중인 공정위에 "배달의민족 등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독과점 같은 부정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수수료 개편방안을 백지화했다. 이 지사의 승리였다. 카카오택시가 '배달앱 2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IT업계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도현 국민대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엄연히 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공정위와 유사한 역할을 하려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지자체장이 이렇게 하면 기업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시장을 지낸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엔 카카오를 비롯한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기도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며 "관련 내용 중 잘못된 부분에 대해 곧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모아주기 의혹에 대해 승객과 택시 사이 거리 외에도 '배차 알고리즘'에 반영되는 변수가 여럿이기 때문이지, 일부러 카카오 직영·가맹택시에 몰아주기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조사 결과는 확대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경기도 내 면허 대수는 법인택시 1만613대, 개인택시 2만7133대로 총 3만7746대다. 경기도는 도내 개인택시 중 0.4%만 조사했다. 또 카카오에 가맹비를 내는 택시기사와 무료로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기사에게 동등하게 콜을 주는 게 오히려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일 서울 시내를 주행 중인 카카오T블루 택시. 박민제 기자

지난 4일 서울 시내를 주행 중인 카카오T블루 택시. 박민제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발했지만 당분간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비추는 만큼 규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이날도 “(정부가) 대형 유통점을 규제한 것처럼 플랫폼도 적정한 규제로 공정 경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플랫폼 경제를 독점하고 있는 일부가 많은 사람을 괴롭혀서 그들의 노력의 성과를 부당하게 취하지 않도록 (국회가) 법제화에 나서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번 조사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지예 경기도 공정경제과장은 “배차 몰아주기가 일부 확인됐는데, 이것이 법 위반으로 연결되는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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