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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못한 한국 기후 위기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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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성훈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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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해를 넘길 기세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3000만 명 넘게 감염됐고 사망자는 9개월 만에 100만 명에 육박했다.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 때보다 더 황폐하다. 그러나 이에 비할 바 아닌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기후 변화의 역습. 시베리아 동토가 38도 폭염에 녹고 허리케인 9개가 104년 만에 처음으로 한꺼번에 미국에 들이쳤다. 21세기의 화두는 기후 위기와 인류의 응전이 될 것이다.

지난 22일 중국이 세계를 놀래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 연설에서 “2060년까지 중국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 중립은 배출량과 처리량의 균형을 맞춰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없애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 모든 국가들을 위해 혁신적, 개방적인 녹색 개발 정책을 추구할 것이며 중국은 적극적인 정책과 조치들을 통해 탄소 처리량을 끌어올릴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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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이 발언은 지지와 비난을 동시에 불러왔다. 패트리샤 에스피노자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세계 탄소 배출 저감의 중대한 변화이자 국제 협력의 큰 진전”이라고 했고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중국의 최우선 의제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중국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0.4~0.7도를 낮출 수 있을 것(MIT 존 스터먼 교수)이란 전망도 나왔다.

반면 파리 협약에서 탈퇴한 미 트럼프 정부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일 뿐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혹평도 잇따랐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가속화되자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기후 카드’를 던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 세계 석탄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2000년 이후 2018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3배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고 중국이 약속을 이행한다면 세계 탄소 배출량 목표에 도달하는데 3분의2는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 발언 다음날 “중국의 재생에너지 생산은 해마다 15%씩 증가하고 있다”며 “더 강력한 후속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한국은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유엔 연설에서 “한국은 저탄소 사회를 지향한다”고 했을 뿐 목표치를 공개하진 못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환경부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하자는 입장인데 기재부와 산자부 등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7일 특별판에서 “기후위기가 곧 세계를 뒤집어놓을 것”이라고 썼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박성훈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