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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오! 문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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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김형석 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평론가

어떤 영화를 봐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면, ‘오! 문희’의 이유는 나문희라는 배우의 얼굴이다. 이 배우는 환갑이 다 되어서야 영화계에 들어왔고(1998년 ‘조용한 가족’), 스크린 속에선 항상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였다. ‘오! 문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이 영화에서, 그는 두원(이희준)의 엄마이며 보미(이진주)의 할머니다. 치매 때문에 기억이 깜빡깜빡 하지만, 그는 손녀가 피해자인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다. 보험회사 직원인 아들과 문희는 범인을 잡으러 나선다.

영화 '오! 문희'

영화 '오! 문희'

크고 작은 사건이 쉼 없이 일어나는 ‘오! 문희’를 소동극에서 가족영화로 견인하는 힘은 배우에서 나온다. 영화 내내 정신없이 동분서주하지만, 문희는 울고 웃고 화내는 와중에 마치 여백 같은 표정을 만들어낸다. 무표정에 가까운 그 얼굴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스펙터클이며, 생각해보면 나문희라는 배우는 언제나 영화 속에서 그런 거부할 수 없는 ‘안면의 풍경’들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관객들도 항상 나문희의 얼굴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떠올리고 연민의 감정에 젖어왔다. 그의 표정은 곧 내 어머니의 표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추석이다. 코로나 때문에 직접 뵙진 못하더라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 얼굴들. 그 시간은 의외로 꽤나 울림 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김형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