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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뜬 K-진단키트, 한철장사로 끝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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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한 출연연 연구원들이 코로나19 항체면역 진단키트를 시연하고 있다. [뉴스1]

국내 한 출연연 연구원들이 코로나19 항체면역 진단키트를 시연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국산 진단키트(K-진단키트)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 수준은 아직 높지 않다는 주장이 관련 업계에서 제기됐다. K-진단키트가 ‘한 철 장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순발력 있게 개발, 2억명분 수출 #한국 바이오산업 위상 높였지만 #백신·치료제 나오면 수요 내리막 #기초기술 투자로 새 먹거리 찾아야

23일 개막된  국내 최대 바이오 박람회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2020’에 토론자로 나온 이민전 웰스바이오 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진단키트 시장이 열린 것은 희망적이지만, 백신·치료제가 나오면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실 원료나 원천기술 등은 물론 분자진단(PCR) 분야에서도 해외 제품의 성능이 월등하다”며 “한국이 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해서는 기초·기반기술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도 “지난 5월부터 FDA를 시작으로 전 세계 모든 진단기업의 제품이 등수가 매겨지는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며 “향후 바이오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의 숙제가 남은 만큼 여기에 대한 대안·대응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출 허가를 받은 코로나19용 진단키트 제품은 166개에 달한다(15일 기준). 업체 수로는 92곳이다. 16개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도 받았다. 8월 말 현재 150여개 국가에 1억9600만명분이 수출됐다. 씨젠·랩지노믹스·바이오니아·수젠텍·인트론바이오 등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0~1000% 급증했고, 주가도 껑충 뛰었다.

감염병 관련 미국 특허 등록 현황

감염병 관련 미국 특허 등록 현황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젠바디·앤디포스·씨젠·바디텍메드 등 20여 곳이 관련 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의 진단대로 K-진단키트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FDA가 긴급 승인을 받은 진단키트의 성능을 분석해 13개 등급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는 미국 머킨엘머, 2위는 미국 사이언셀리서치였다. 한국 제품 중에는 바이어코어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즈 제품이 공동 3위 그룹에 올랐다. 또한 4위 그룹에 1개 제품, 7위 그룹에 3개, 8위 그룹에 1개 제품이 선정됐다. FDA는 긴급 승인을 받은 154개 제품 중 성능 테스트 결과를 제출한 55개 제품을 대상으로 순위를 측정했다. 씨젠과 오상헬스케어 등은 테스트 결과를 FDA에 보내지 않아 순위에서 제외됐다.

무엇보다 한국의 감염병 진단 원천기술이 약하고 특허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한국이 미국에 등록한 감염병 진단 관련 특허 건수는 39건으로, 전체 특허(3548건)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이 2170건(61.2%)으로 압도적이고, 다음은 프랑스(6.8%), 일본(4%), 캐나다(3.6%) 순이다. 또한 미국의 감염병 기술을 ‘1’로 봤을 때 한국은 0.88로 중국(0.89)보다 낮았다.

엄익천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에서 위상이 매우 열악하고 주요 기초·원천 기술도 주요 선진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내 진단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원천연구를 비롯한 감염병 진단 인프라 확충 등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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