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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탄소배출 감축 앞장, 기업은 그린에너지 늘리고, 개인은 친환경 소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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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창간기획]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다음 세대는 산호초를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산호 멸종을 우려하는 환경학자들의 경고다. 이미 전 세계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7년 보고서에서 “2043년께부터 전 세계 산호초가 매년 백화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몇 년에 한 번씩 간헐적으로 발생하던 백화 현상이 연례행사처럼 자주 발생할 거란 얘기다. 보고서는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 이번 세기 내에 전 세계 산호초의 99%가 심한 백화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 “기후재앙 방지책 많지만 #중요한 건 우리 모두의 실천”

보고서가 첫손에 꼽은 위험 지역은 대만 인근 바다였다. 그린피스 대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대만 남부 바다의 주간 수온은 섭씨 16~17도로 관측 개시 이래 최고치였다. 1998년에만 해도 6도였던 북쪽 바다의 수온 역시 11도에 달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산호 백화 경고 현황. 짙은 붉은색이 가장 높은 단계의 백화 위협을 나타낸다. 대만 근해와 일본, 북태평양 일대에 가장 높은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 NOAA]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산호 백화 경고 현황. 짙은 붉은색이 가장 높은 단계의 백화 위협을 나타낸다. 대만 근해와 일본, 북태평양 일대에 가장 높은 경보가 발령됐다. [사진 NOAA]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지난 7월 대만 해역에 가장 높은 수위의 경보를 발령했다. 그린피스 대만사무소의 활동가 레나 장은 “이미 대규모 백화 현상이 확인된 남부 켄팅(墾丁) 해역부터 북부의 롱동(龍洞)까지 모든 바다에서 산호초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 주변에 20㎞ 길이로 뻗어있는 세키세이쇼코(石西礁湖) 산호초는 소멸 위기에 처했다. 3년 전부터 대규모 백화 현상이 발생해 이미 90%가량이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양과 남미 해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16년 몰디브 환경보호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가량의 산호초에서 백화한 산호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산호초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기온 상승 속도와 폭을 줄이고, 화학 성분이 들어간 자외선차단제 사용을 자제하는 등 수질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하와이주는 2018년에 옥시벤존이 들어간 자외선차단제 판매 금지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백화 현상뿐 아니라 빙하 유실, 반복되는 대형 산불 등 전반적인 기후재앙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개인의 노력이 모두 요구된다. 권원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원장은 “그린뉴딜 등 정책적 대안은 많이 나와 있지만 중요한 건 실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연도별로 구체적인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수퍼 태풍’이나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댐과 제방 등 관련 시설의 확충에 힘써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풍력 등의 ‘그린 에너지’ 이용을 늘리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개인들도 소비 중심 생활 방식에 대해 재성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고언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대량 생산, 대량 폐기, 대량 소비 등의 기존 생활 방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궁민·최연수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기획 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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