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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문 닫힌 서해어업관리단…피격 공무원 참여한 봉사단체 “월북 안 믿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단 2.2km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 총격 때문에 사망했다.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군 당국 발표가 나온 뒤 그의 이름은 금기어가 됐다.

‘월북’이란 단어 금기어 된 서해어업관리단 #한 직원 “어업관리단 특성상 정훈교육 이뤄져” #봉사단체 “도움 필요하면 직원들 모아서 찾아와”

“월북이란 단어 당혹”

24일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보안 직원이 출입문을 닫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4일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보안 직원이 출입문을 닫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21일 이씨가 사라진 뒤 실종된 것으로 보고 수색 중이었는데 월북이란 자극적인 단어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2년 서해어업관리단에 입사한 뒤 해상에서 어선들의 어업을 지도·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서해어업관리단에서는 군 당국의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씨 실종 배경으로 월북 가능성을 꼽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24일 아침부터는 서해어업관리단 내부에 사실상 함구령이 내려진 듯했다. 직원들은 이씨에 대한 물음에 답변을 꺼렸다.

서해어업관리단은 취재진의 접촉도 상당히 경계했다. 한 직원은 “일반적인 사안이라면 몰라도 월북과 관련성이 있다고 하니까 자칫 오해할 수 있어 이씨의 업무, 주변 관계 등에 대해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정훈교육 이뤄져”

24일 오전 전남 목포에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어업관리선들이 정박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4일 오전 전남 목포에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어업관리선들이 정박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북한 인근 해상에서 근무하는) 업무 특성상 어업관리단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정훈교육이 이뤄진다”며 “이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과는 다른 곳에 근무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씨가 타고 있던 지도선은 500t급 선박으로 총 1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서해어업관리단 산하에는 100t급부터 3000t급까지 13척의 어업지도선이 있다. 한 직원은 “모든 선박 직원들의 숫자가 200여 명에 달해 같은 배를 타지 않으면 내부 직원이라도 어떤 사람인지 알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씨가 거주했던 전남 목포시의 숙소는 같은 배 직원들이 함께 살았다. 실종 경위 등에 대한 조사 때문에 숙소 동료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해 방은 비어있는 상태다.

“봉사활동 적극적으로 돕던 사람”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목포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이씨가 봉사활동을 하려고 자주 찾았었던 목포시의 한 쉼터는 그를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도와줬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곳 쉼터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대청소 등 일손이 필요할 때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왔다.

쉼터 직원들은 몇 년 전 이씨가 다른 어업지도선 직원과 함께 처음 쉼터를 찾았던 기억을 꺼냈다. 이곳 쉼터 관계자는 “이씨가 이곳을 찾기 전에는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봉사활동 도움을 받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주로 이씨에게 부탁을 드렸다”고 했다.

이씨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활동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이곳 쉼터 관계자는 “이씨가 월북했다는 소식을 몰랐고 믿기지 않는다”며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하면 같은 배 직원들을 직접 모아서 찾아와 봉사활동을 했었다”고 말했다.

목포=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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