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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떼돈 번 K-진단키트 '한 철 장사'로 끝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기치 않은 특수를 누리고 있는 한국산 진단키트(K-진단키트)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 수준은 아직 높지 않다는 주장이 관련 업계에서 제기됐다. 한국의 감염병 진단과 관련한 특허와 기술력 수준도 주요국 대비 낮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자칫하다간 K-진단키트가 ‘한 철 장사’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출연연 연구원들이 코로나19 항체면역 진단키트를 시연하고 있다. 뉴스1.

국내 한 출연연 연구원들이 코로나19 항체면역 진단키트를 시연하고 있다. 뉴스1.

"백신·치료제 개발되면 진단키트 수요 내려갈 것" 

23일 개막된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2020'에 토론자로 나온 이민전 웰스바이오 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진단키트 시장이 열린 것은 희망적이지만, 백신·치료제가 나오면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는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실 원료나 원천기술 등은 물론 분자진단(PCR) 분야에서도 해외 제품의 성능이 월등하다”며 “향후 한국이 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해서는 기초·기반기술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미진 수젠텍 대표 역시 “지난 5월부터 FDA를 시작으로 전 세계 모든 진단기업의 제품이 등수가 매겨지는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며 “향후 바이오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의 숙제가 남은 만큼 여기에 대한 대안·대응을 마련해야 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는 국내 최대 바이오 박람회다. 25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다.

국내 최대 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2020'이 이달 23일부터 나흘간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바이오플러스 유튜브 캡처〉

국내 최대 바이오 박람회인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 2020'이 이달 23일부터 나흘간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바이오플러스 유튜브 캡처〉

수출 허가받은 116개 제품, 150개국에 수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출 허가를 받은 코로나19용 진단키트 제품은 166개에 달한다(15일 기준). 업체 수로는 92곳이다. 16개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한 K-진단키트는 소위 ‘대박’을 쳤다. 8월 말 현재 150여개 국가에 1억9600만명분이 수출됐다. 관련 업체들의 매출과 주가도 껑충 뛰었다. 씨젠이 대표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씨젠의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1220억원)보다 9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연초 3만원을 갓 넘던 주가는 지난달 30만원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25만~26만원대에서  거래된다.

씨젠뿐 아니라 랩지노믹스·바이오니아·수젠텍·인트론바이오 등의 올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00~1000% 급증했다.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진단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젠바디·앤디포스·씨젠·바디텍메드 등 20여 곳이 관련 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주요국의 감염병 관련 미국 특허 등록 현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주요국의 감염병 관련 미국 특허 등록 현황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FDA, 성능 분석에서 한국 제품 중간 수준 평가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의 진단대로 K-진단키트 성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FDA가 긴급 승인을 받은 진단키트의 성능을 분석해 13개 등급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는 미국 머킨엘머, 2위는 미국 사이언셀리서치였다. 한국 제품 중에는 바이어코어와 시선바이오머티리얼즈 제품이 공동 3위 그룹에 올랐다. 또한 4위 그룹에 1개 제품, 7위 그룹에 3개, 8위 그룹에 1개 제품이 선정됐다. FDA는 긴급 승인을 받은 154개 제품 중 성능 테스트 결과를 제출한 55개 제품을 대상으로 순위를 측정했다. 씨젠과 오상헬스케어 등은 테스트 결과를 FDA에 보내지 않아 순위에서 제외됐다.

미국의 감병병 관련 기술력을 '1'로 봤을 때 주요국 비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미국의 감병병 관련 기술력을 '1'로 봤을 때 주요국 비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감염병 진단 원천기술과 특허 수준 낮아  

무엇보다 한국의 감염병 진단 원천기술이 약하고 특허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한국이 미국에 등록한 감염병 진단 관련 특허 건수는 39건으로, 전체 특허(3548건)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이 2170건(61.2%)으로 압도적이고, 다음은 프랑스(6.8%), 일본(4%), 캐나다(3.6%) 순이다. 주요국 중 중국(35건)만 한국보다 낮다. 또한 미국의 감염병 기술을 ‘1’로 봤을 때 한국은 0.88로 중국(0.89)보다 낮았다.

엄익천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에서 위상이 매우 열악하고 주요 기초·원천 기술도 주요 선진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내 진단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원천연구를 비롯한 감염병 진단 인프라 확충 등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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