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는 산호초를 유튜브로만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수십 년 내에 지구의 산호가 전멸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환경학자들의 경고다. 산호초가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는 경고음이 호주, 미국, 일본, 대만, 동남아 등 전 세계에서 울리고 있다.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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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진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2043년쯤부터 전 세계 산호초가 매년 '백화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해 현재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 금세기 내 세계 산호초의 99%가 심한 백화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화 현상은 급격한 수온 상승으로 산호에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조류가 사라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산호는 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만든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아 살기 때문에 이들이 사라지면 머지않아 폐사한다. 백화 현상은 산호초의 죽음을 예고하는 전조다.
대만·일본·몰디브…산호초 전멸 위기
보고서가 지목한 첫 희생자는 대만 인근 바다의 산호초였다. 그린피스 대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4일 대만 남부 바다의 주간 수온이 16~17도로 측정돼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8년에 6도를 기록했던 북쪽 바다의 수온은 같은 날 11도로 측정됐다.
전 세계 산호초의 백화 위험을 관측하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도 지난 7월 대만 해역에 가장 높은 경보를 발령했다. 그린피스 대만사무소의 활동가 레나 장은 "이미 대규모 백화 현상이 확인된 남부 켄팅(墾丁) 해역부터 북부의 롱동(龍洞)까지 모든 바다에서 산호초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최대의 세키세이쇼코 산호초도 3년 전부터 대규모 백화 현상을 겪어 현재는 90%가량이 폐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 주변에 20㎞ 길이로 뻗어있던 세키세이쇼코 산호초가 소멸 위기에 처하면서 생태계 파괴로 어획량이 급감한 상태다.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는 인도양과 남미의 산호초는 상대적으로 늦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피해는 발생하고 있다. 2016년 몰디브 환경보호국이 조사한 결과 60%가량의 산호초에서 백화한 산호가 발견됐다. 미국 플로리다 주변 카리브해와 태평양 산호초에서도 대규모 백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2도 오르면 산호초 사라져…1.5도가 마지노선"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의 속도와 폭을 줄여야 산호초 폐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추가 상승의 마지노선은 1.5도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미 바다의 온도는 100년 전보다 약 1.5도 상승했다.
호주해양보존협회 활동가 일리스 스프링엣은 "앞으로 수온이 2도 더 오르면 전멸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상승 폭을 1.5도로 통제해야 한다"면서 "기온 상승을 부르는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감축 목표를 빠르게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의 수질을 보호해 산호의 폐사를 막는 조치도 필요하다. 미국 환경청은 자외선차단제에 들어간 옥시벤존 등 화학성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산호를 위협한다며,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2018년 하와이주는 옥시벤존이 들어간 차단제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호주는 산호를 먹어치우는 악마불가사리 등 포식자를 줄이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 45㎝ 크기에 독성을 내뿜는 악마불가사리는 번식 속도가 빨라 산호초를 잠식하고 있다. 호주 민간단체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재단'은 2018년 모금한 약 5200억원의 기금을 악마불가사리 퇴치와 수질 개선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이수민 인턴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