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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아들 의혹 대응할 '거짓답안' 만들었다···국민 속인 국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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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당시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장갑차를 시승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9월 당시 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장갑차를 시승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방부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시절 특혜 의혹에 대응하기 위한 '모범 답안'을 만들면서 핵심 내용은 숨기고 허위 답변은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관련'이란 제목의 국방부 내부 문건에는 서씨를 둘러싼 의혹이 Q&A(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돼 있었다. 국회 질의응답 등에 대비한 것이다. 쟁점별로 파악된 사실관계, 추 장관 입장, 국방부 대응 방향이 담겼다. 하지만 일부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국방부는 문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과정 청탁 의혹에 대해 "최초 희망자 중 선발하려 했지만 다수의 청탁 전화로 추첨 방식으로 변경됐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정작 국방부가 준비한 두 가지 해명에 '청탁이 있었다'는 핵심 내용은 빠졌다. 대응 1안은 '제보자(지원단장 이철원 예비역 대령)가 전역한 상태여서 군에서 충분한 사실 확인이 어렵다', 2안은 '지원자 중에서 추첨 방식으로 선발했다'였다.

국방부는 또 '추 장관 아들 휴가 일수가 다른 병사들보다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비해 "병가 제외 시 2018년 카투사 평균 휴가 일수와 비교하면 적정 수준으로 특혜는 없었다"는 답변을 제시했다. 하지만 군은 서씨의 총 휴가일은 58일로 카투사 평균(35일), 육군 평균(54일)보다 많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추 장관 보좌관에게서 병가 연장 문의를 받았던 카투사 지원반장 A 상사가 2017년 6월 당시 암 진단을 받고도 정상 근무하다가 뒤늦게 군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도 이번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추 장관 아들이 서울 강남 대형 병원에서 3일간 입원한 뒤 나머지 기간은 집에서 쉬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방부는 청탁 의혹을 풀어줄 '키맨'으로 거론되는 A 상사가 지난 6월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두하자 이례적으로 인사 업무 담당 부사관을 동행시키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야당은 "입막음을 위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도읍 의원은 이 문건에 대해 "군이 사실관계 확인까지 해놓고도 '국민은 이렇게 속이면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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