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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아프면 약으로 먹던 술"…文 추석선물 '대잎술'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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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명인 제22호 양대수 명인. 전설의 명주 '추성주'를 복원하고 대잎술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대잎술은 2015년 남도 정통술 품평회 청주·약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8년 4월에 남도 전통주로 선정된 바 있다. 사진 매거진 '스타일 H'

식품명인 제22호 양대수 명인. 전설의 명주 '추성주'를 복원하고 대잎술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대잎술은 2015년 남도 정통술 품평회 청주·약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8년 4월에 남도 전통주로 선정된 바 있다. 사진 매거진 '스타일 H'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코로나 방역 현장 의료진을 포함한 1만5000명에게 보낼 추석 선물이 발표됐다. 상자로 꾸려진 세트에는 충북 홍삼양갱, 강원 원주의 건취나물, 경남 거제의 표고채, 제주의 건고사리 등과 함께 전남 담양의 '대잎술'이 포함됐다.

‘추성고을’ 양조장에서 식품명인 제22호 양대수(64) 명인이 빚는 대잎술은 이름 그대로 대나무 잎과 함께 쌀, 누룩, 솔잎, 진피, 갈근, 오미자, 구기자, 죽력(竹瀝) 등 다양한 한약재를 넣어 만든 발효 곡주로 알코올 농도는 12%다. 2015년 남도 정통술 품평회 청주·약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8년 4월에는 남도 전통주로 선정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추석 명절을 맞아 코로나19 대응 등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는 분들과 사회적 배려계층 등 약 1만5000여 명에게 선물을 보낼 예정이다. 추석 선물은 전남 담양의 대잎술(또는 꿀), 충북의 홍삼양갱, 강원 원주의 건취나물, 경남 거제의 표고채, 제주의 건고사리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이 세트로 구성돼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추석 명절을 맞아 코로나19 대응 등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는 분들과 사회적 배려계층 등 약 1만5000여 명에게 선물을 보낼 예정이다. 추석 선물은 전남 담양의 대잎술(또는 꿀), 충북의 홍삼양갱, 강원 원주의 건취나물, 경남 거제의 표고채, 제주의 건고사리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이 세트로 구성돼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전화 통화에서 양대수 명인은 “다양한 약재를 사용해 오묘한 맛을 내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뒤끝이 깨끗한 게 대잎술의 매력”이라며 “한여름 대나무 밭에 가면 느껴지는 비릿한 향이 죽력의 향인데 술을 숙성시키면 맛있는 신맛이 돌아 오찬으로 즐기기에 딱 좋다”고 했다. 죽력이란 대나무에서 얻는 수액 같은 기름으로 한방에선 피를 맑게 하고 중풍·뇌졸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양 명인은 “대나무 80kg을 48시간 열을 가해 얻을 수 있는 죽력의 양은 겨우 20리터 정도”라고 했다.

전남 담양의 양조장 '추성고을'에서 양대수 명인이 빚는 대잎술. 유리병에 담거나 또는 대나무에 담아 유통한다. 사진 대동여주도

전남 담양의 양조장 '추성고을'에서 양대수 명인이 빚는 대잎술. 유리병에 담거나 또는 대나무에 담아 유통한다. 사진 대동여주도

대잎술이 또 유명한 건 ‘추성주’를 만들기 바로 전 단계의 약주이기 때문이다. 막걸리를 발효·숙성시켜 위에 모인 맑은 술만 모은 게 약주다. 이것을 증류한 게 소주다. 즉, 대잎술은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소주인 추성주를 증류하기 전 약주를 따로 상품으로 출시한 술이다.
추성은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담양의 옛 이름이었던 ‘추성현’에서 따왔다. 추성주에는 ‘살쾡이가 마신 술’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시대 담양에 있던 사찰 연동사에선 술을 빚어놓으면 밤새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범인은 살쾡이였다. 이 살쾡이가 자신을 살려준 선비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책을 줬다는 게 전설의 내용이다. 실제로 연동사에는 고유의 술 빚는 비법이 전해져 왔고, 꾸준히 시주를 했던 양 명인의 증조부에게 큰 스님이 이 비법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추성주' 기존의 도자기 병(왼쪽)과 모던한 레이블로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 양대수 명인은 "젊은 세대와 호흡하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감각으로 레이블도 변신하야 한다"며 새 디자인을 만들었다. 사진 중앙포토

'추성주' 기존의 도자기 병(왼쪽)과 모던한 레이블로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 양대수 명인은 "젊은 세대와 호흡하려면 그들이 좋아하는 감각으로 레이블도 변신하야 한다"며 새 디자인을 만들었다. 사진 중앙포토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집에서 술을 빚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조금씩 얻어가 몸이 아플 때 약처럼 드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그게 술이 아니고 약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아버지도 술 빚는 방법을 배우셨을 텐데 안타깝게도 저한테는 알려주지 않고 1988년 작고하셨죠. 이후 남은 기록물과 할아버지의 술을 얻어 드셨던 동네 어르신들의 기억을 토대로 혼자 추성주를 복원했죠.”
도수가 낮으면서도 추성주의 매력을 잘 간직한 대잎술은 투명한 유리병에 담거나 실제 대나무 통에 담아 유통한다. 그래서 '운수대통하는 술'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농협직원이었던 양대수 명인은 명맥이 끊긴 추성주를 복원하기 위해 6년 넘는 시간 동안 하루 2~3시간만 잠을 자면서 온 힘을 쏟을 만큼 전통주에 대한 애착이 크다. 또 그만큼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우리술을 만드는 데도 열심이다.

젊은 감각으로 만든 추성주 레이블의 모던 디자인. 병에 두른 것을 길게 폈다. [사진 아몬드 디자인]

젊은 감각으로 만든 추성주 레이블의 모던 디자인. 병에 두른 것을 길게 폈다. [사진 아몬드 디자인]

국내산 딸기와 죽력을 원료로 만든 리퀴르 ‘티나’를 만든 이유다. 클럽 등에서 온더록 또는 칵테일 베이스로 사용되는데 병 하단의 버튼을 누르면 은은한 LED 조명이 켜져서 젊은이들의 파티 술로 인기다. 코로나 19로 국내 클럽이 문을 닫은 요즘은 중국으로 매월 6000~7000병 정도 수출되고 있다.

“전통주의 미래는 젊은 세대에 달렸어요. 그들이 우리술의 깊은 맛과 향을 알아야 계속 이어질 수 있죠. 우리 땅에서 난 재료와 전통 기법으로 만든 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리는 게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과감한 시도를 계속 할 겁니다.”
양대수 명인과 그의 아들·딸이 함께 운영하는 ‘추성고을’은 농림부가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 중 하나다. 최근엔 코로나 19 때문에 체험 프로그램은 어렵지만 언제든 들러서 추성주와 대잎술의 제조과정에 대해 듣고 술을 사갈 수 있다.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대동여주도, 추성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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