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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러, 축제가 된 900일 전쟁의 아픈 기억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세계 2차 대전 ‘전투 재현 페스티벌’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렸다. 러시아의 ‘역사 군사 클럽’ 회원 400여 명이 이날 행사를 주도했다.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전투 재현 행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부터 수 백km 떨어진 핀란드 접경 키롭스크 지역에서도 열렸다.
AP와 TASS 통신을 통해 보도된 사진들은 마치 79년 전 2차 세계대전의 전투 상황을 방불케 한다.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79년 전 무기를 사용해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79년 전 무기를 사용해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참가자들의 군복과 총기 등 무기들이 모두 당시 모습 그대로다. 타임머신을 타고 참혹했던 그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구시대 무기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고 백병전을 펼치는 참가자들의 움직임은 실제 전투처럼 기민하다. 백병전의 상대는 독일 나치군이다.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러시아인들이 21일(현지시간) 네브스키 파타초크에서 레닌그라드 전투 재연을 하고 있다.[TASS=연합뉴스]

비록 이날 행사가 ‘축제(페스티벌)’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지만, 러시아 국민의 뇌리에는 아픈 기억이 존재한다.
바로 세계 2차 대전 당시 ‘레닌그라드 봉쇄 작전’이다.
1941년 9월 러시아를 침공한 독일과 핀란드 연합군은 제정 러시아의 옛 수도인 레닌그라드를 무려 900여 일 가까이 봉쇄하고 고사작전을 폈다.

러시아의 역사 군사 클럽 회원들이 20 일(현지시간) 키롭스크에서 세계 2차 대전 전투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역사 군사 클럽 회원들이 20 일(현지시간) 키롭스크에서 세계 2차 대전 전투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포위된 채 포격과 폭격이 이어져 러시아 군인과 민간인 300여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장기간의 봉쇄로 러시아인들의 고난은 상상을 초월했다.

러시아인들이 20일(현지시간) 타타르스텐 베르흐니 우슬론 마을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TASS= 연합뉴스]

러시아인들이 20일(현지시간) 타타르스텐 베르흐니 우슬론 마을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TASS= 연합뉴스]

식량과 난방 연료, 의약품 등 일체의 물자가 차단됐다. 굶어 죽는 아사자가 속출했다. 일부 러시아 군인들과 시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가죽 구두와 허리띠를 삶아 먹고 심지어 도배지에 붙은 풀을 긁어먹으며 히틀러의 공격을 이겨냈다.

 러시아인들이 20 일 ( 현지시간 )  타타르스텐 베르흐니 우슬론 마을에서 제 2 차 세계 대전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

러시아인들이 20 일 ( 현지시간 ) 타타르스텐 베르흐니 우슬론 마을에서 제 2 차 세계 대전 재현 행사를 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

하지만 지도에서 도시를 지우려 했던 히틀러의 야욕은 끈질긴 러시아 사람들의 의지를 이기지 못했다.
나치군은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스크 전투에서 대패하며 퇴각했다.
여세를 몰아 러시아군은 베를린까지 진격해 독일 국회의사당에 소련 국기를 걸었다.

러시아인들이 20일(현지시간) 키롭스크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전투 재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인들이 20일(현지시간) 키롭스크에서 제2차 세계 대전 전투 재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사람들은 세계 2차 대전의 종지부를 찍은 결정적 사건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이라기보다는, 러시아의 군·관·민의 처절한 희생 끝에 얻어낸 '900일 전쟁' 승리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의 아픈 기억을 잊고 지금은 승전을 자축하는 축제로 승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상선 기자

서소문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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