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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닫는다고 다 시장 가겠나, 입점업자만 죽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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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쇼핑몰을 닫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다 시장에 가겠어요? 결국 저희같이 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들만 죽어나는 거죠.”

여당, 복합쇼핑몰 등 의무휴업 추진 #입점업체 60% 이상이 중소기업 #“휴일 장사 못하면 직원 내보낼 판 #차라리 평일 월 2회 쉬게 했으면”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서 신발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해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개정안은 대형마트를 포함해 백화점과 면세점, 복합쇼핑몰 등이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 문을 닫고 설과 추석에도 휴무하도록 하는 ‘의무휴무’ 도입이 골자다.

복합쇼핑몰은 주말 방문객 비중이 크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운영하는 스타필드 하남은 지난해 7~8월 주말 방문객 수는 9만~10만 명으로 평일(5만 명)의 2배 수준이었다.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위치한 롯데월드몰 역시 근교 매장만큼은 아니지만 주말 방문객이 약 13% 더 많다. 현장에선 “장사가 안 돼서 직영점도 문을 닫고 있는 마당에 쇼핑몰에 임대료·수수료 내면서 장사하는 개인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반발이 터져나온다.

복합쇼핑몰 내 중소브랜드 매장 비중.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복합쇼핑몰 내 중소브랜드 매장 비중.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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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쇼핑몰엔 글로벌 및 대기업 브랜드보다 중소기업 브랜드가 더 많이 입점한다. 스타필드와 롯데몰 등에선 입점업체의 최소 60% 이상이 중소기업 브랜드다.

롯데몰 수지점의 경우 약 70%에 달한다. 직영점 외에도 중앙관리매장 형태로 운영하는 매장도 많다. 김씨와 같은 개인사업자가 브랜드 본사와 계약을 따로 맺고 운영하는 형태다.

매출이 줄면 당장 직원을 줄여야 한다. 김씨는 현재 정규직 직원 3명을 고용해 매장을 운영한다. 주로 손님이 몰리는 주말 영업을 위해 고용한 인력이다. 김씨는 “일요일만 쉬어도 매출은 30~40% 줄어들 것”이라며 “의무휴업을 시행하면 우리는 직원을 한 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고, 실업자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작은 법인을 세워 스타필드 하남과 서울 센트럴시티, 대구의 백화점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유통 규제가 통과되면 아예 사업을 접는 것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가 터진 지난 3월부터 월 2000만원씩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A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일요일 매출이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펌이나 염색 등 다소 비싼 시술은 주말 예약을 통해 주로 이뤄지다 보니 주말 의무휴업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용업은 스태프(교육생)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2~3년간 교육을 거쳐 디자이너(프리랜서)로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A씨가 사업을 시작하던 5년 전 스태프 한 명당 임금은 월 125만원이었지만, 올해 179만원으로 약 43% 올랐다.

A씨는 “매출이 줄면 가장 먼저 정리되는 건 정규직인 스태프들이다. 결국 가장 약한 계층부터 중산층까지 다 망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밤을 새워 노력하는 소상공인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이냐”며 “그렇게 재래시장이 중요하다면 차라리 유통 대기업들에 세금을 더 거둬서 전통상인이나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라”고 호소했다.

유통업체도 난감한 상황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e커머스 업체들의 추격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의무휴업 압박까지 더해지면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쇼핑보다는 여가의 목적이 크기 때문에 주말 의무휴업은 현실에 맞지 않다”면서 “차라리 주말보다는 ‘평일 월 2회 휴무’같이 쇼핑몰에서 일하는 소상공인들도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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