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코로나로 인한 황망한 이별, 슬기로운 ‘웰다잉’ 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0.09.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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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조문을 정중히 사양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이런 문자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안전 확보 전제로 유족 배려 필요
IT 이용한 연결 방식도 모색하자

코로나 창궐 시대에 장례와 조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당황스럽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중환자실은 면회가 전면 금지됐다. 임종도 못 한 상태에서 부모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듣는 경우가 많다. 장례와 조문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약 30만명이 세상을 떠난다.

지난 봄 코로나 확진자가 다소 줄어든 시점에 장례식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유명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이었지만 체온 측정, 손 소독, 거리두기 외에 유족과 조문객에 대한 자세한 수칙과 세심한 배려는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기리는 방법은 없을까. 가족 친지가 함께 고인이 남긴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인의 가르침과 정신적 유산을 어떻게 기리고 이어갈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직접 현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친지와 조문객이 추모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새로운 연결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상 추모식의 웹 페이지에 고인의 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고 고인에 대한 추억과 가르침, 위로와 감사를 보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을 때 추모식을 갖거나 유족의 슬픔과 죄책감 등 사별의 충격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문자를 보낼 때도 안전 수칙과 추모 예법을 함께 보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몇 년 전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홀로 고향에 남으신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에 매주 월요일 출근길에 꼭 전화를 드렸다. 공유할 얘기도, 추억도 거의 없어 의식적으로 이야깃거리를 매번 미리 준비했다. 2년 전 아버지마저 갑자기 떠나셨는데 임종하면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드리지 못해 죄스러웠다. 그래도 생전에 자주 전화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길 잘했다 싶다.

코로나로 각박한 요즘 부모님께 추억거리로 마음을 가볍게 해드리자. 추억 만들기로 코로나가 초래한 고난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추석이 다가온다. 긴 연휴 기간에 자칫 대규모 인구 이동이 코로나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 무증상자에 의한 감염 위험이 널리 존재하는 상황에서 추석 기간 짧은 만남이 연로한 부모님을 감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도 있다.

부모님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이번에는 고향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비대면 차례를 지내도록 하자. 부모님 입장에서는 학수고대하던 손주 얼굴을 못 보면 아쉬움이 크시겠지만 이번만은 참자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애써 외면해온 진실을 직시하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다. 필자는 의사로서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실패가 아니라 삶의 완성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역설적 희망’ 이 그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희망을 찾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한 번쯤 이별을 생각해 보는 것은 분명 삶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며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이다.

공간을 넘어선 사랑은 시간도 초월해 이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표현해 서로의 마음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신체적 접촉보다 더 강한 유대감과 든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자. 네이버·카카오 등 ICT 기업들과 통신사들이 묘안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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