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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접종 한달 당긴 정부, 유통업체는 두달 늦게 선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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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 문제로 무료접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을 찾은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독감 백신의 유통 문제로 무료접종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을 찾은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유의 독감 백신 중단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유·무료를 떠나 독감 백신 전반으로 불신이 퍼지는 분위기다. 백신 조달을 담당한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 정부 백신 사업에 참여한 배경을 두고도 각종 의혹이 난무한다. 이런 가운데 접종 시기를 전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겼는데도 공급을 담당할 유통업체 선정은 두 달 가까이 늦어진 점을 두고 정부 책임론도 나온다. 저가 입찰이 영향을 미쳐 업체 선정에 시간이 더 걸렸고 결국 업체의 유통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사업을 진행하다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독감백신 불안 확산에 정부 책임론 #단가 너무 낮게 책정, 유찰 계속돼 #올해 처음 백신조달 참여 신성약품 #빠듯한 일정 쫓겨 저온유통 못챙겨

23일 조달청 ‘나라장터’(공공기관 물자 조달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국가예방접종을 위한 인플루엔자 백신 입찰은 6월 24일 시작됐지만 8월 26일 신성약품으로 최종 낙찰되기까지 거듭 재공고됐다. 유찰이 반복된 탓에 업체 선정에만 두 달 넘는 시간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6~7월경 당해연도 국가예방접종사업용 독감 백신을 조달할 도매업체를 조달청 입찰을 통해 선정한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과 어린이·임산부용 백신 구매 입찰은 7월 초 끝났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올해는 두 달 가까이 일정이 늦어진 셈이다.

업체를 고르는 데 유난히 시간이 걸린 이유를 두고 뒷말이 많다. 의약품을 취급하는 업종으로 등록한 도매업체는 어디든 자유롭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데 올해는 백신담합 사건으로 기존 업체가 검찰 수사를 받느라 제조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받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 참여했는데 공급확약서를 제출 못 해 유찰된 경우가 있다”며 “확약서를 제조사로부터 받아야 이를 바탕으로 낙찰이 되고 계약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나치게 낮은 단가를 고수해 유찰이 계속된 영향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공고하는 추정단가와 시장가격은 크게 차이 난다.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 가격은 1만원이 넘는다. 백신 공고에 제시된 추정단가는 1도즈당 8790원이다. 그나마도 첫 입찰공고에서 제시된 1도즈당 추정 단가는 300원 더 낮은 8490원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차례 유찰된 이유는 제약사에 주는 단가가 안 맞아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도 “유료 백신의 병원 납품가가 1만4000원 정도 되는데 질병청이 무료 백신 단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건실하고 검증된 업체들이 입찰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낮은 단가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업체 입장에서 유통 과정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자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저렴한 위탁업체를 찾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업체 선정은 여러 이유로 예년보다 두 달쯤 늦어졌는데 올해는 정부가 독감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우려해 무료 대상자를 늘리며 접종 시기를 당초 10월 초·중순에서 한 달가량 앞당겼다. 접종 사업 시작(9월 8일)을 2주가량 앞두고 올해 처음 국가 조달사업에 참여하게 된 신성약품이 빠듯한 일정을 맞추다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성약품은 8월 말 선정됐고 최종 계약을 사업 시작 나흘 전인 9월 4일에야 끝냈다.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도 본지 인터뷰에서 “당장 9월 8일부터 백신 배송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배송 업체를 선정할 시간이 짧다 보니 콜드 체인(저온유통)을 끝까지 못 챙겼다”고 말했다.

황수연·문희철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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