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당에 부담 안 줄 것” 국민의힘 탈당, 의원직은 유지

박덕흠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으로 가족 명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특혜 수주한 의혹에 휩싸인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23일 국민의힘을 탈당하겠다고 했다.

피감기관서 수천억 수주 의혹 #민주당 “즉각 의원직 사퇴해야”

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와 관련해 불거진 의혹은 개인의 의혹이기에 진실을 규명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당적을 내려놓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무소속으로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각종 의혹에 대해선 “어떤 부정청탁이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히 말씀드린다”며 “낙후된 농촌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함이었지, 직위를 이용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희생양’으로 표현했다. “여당과 다수 언론의 왜곡보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권에 대한 부정적 기류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저를 희생양 삼아 위기탈출하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면서다.

의혹을 부인해 온 박 의원이 갑자기 탈당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당 지도부의 압박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이 “정치적이나 도덕적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고 말한 일도 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지도부와 상의해 결정했나’란 질문에 “절대 아니다”고 했다.

박 의원의 탈당으로 국민의힘 의석수는 103석으로 줄었지만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거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부담은 줄어들게 돼 당 지도부 입장에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는 이어졌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이 원하는 건 탈당이 아니라 즉각적인 의원직 사퇴”라며 “심지어 자신은 현 정권의 위기 탈출을 위한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다만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도 비례대표인 김홍걸 의원을 제명해 사실상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다 “네… 어쨌든 뭐 본인들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이 있어야겠다”고 했다.

박 의원 의혹으로 재점화된 이해충돌 논란을 두고 야권이 반격하는 모양새도 나왔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로 논란을 일으킨 포털회사 부사장 출신 의원은 여전히 포털 소관 상임위원”이라며 “원칙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윤영찬 민주당 의원을 겨냥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해충돌 문제가 정치적 공방에 매몰돼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여야 합의로 전수조사위를 구성하고, 이해충돌 기준을 명확히 해 상임위도 재조정하자”고 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