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차별 항의 시위 배후에 중국? 헤리티지·NYT 색깔 논쟁

중앙일보

입력 2020.09.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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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이념을 둘러싼 색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과 자유주의적 성향의 뉴욕타임스 간 충돌이다. 시작은 헤리티지재단이다. 이 재단의 마이크 곤잘레스 선임연구원은 지난 15일 재단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 창시자가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단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BLM 운동은 지난 2013년 세 명의 여성인 알리시아 가자, 패트리스 컬러스, 오팔 토메티가 시작했다. 지난 5월 흑인 남성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주축이 됐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이 운동에 동조하는 반면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소극적이거나 내심 비판적이다.

헤리티지 “시위 공동 창시자
친중 좌파조직의 재정 후원 받아”
트럼프 장남 트위터 등 타고 확산
NYT “중국 정부와 무관” 반박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중국 연계 공방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중국 연계 공방

그런데 공동 창시자인 가자가 운영하는 벤처기업 ‘블랙 퓨처스 랩’과 ‘중국진보협회(Chinese Progressive Association·CPA)’가 재정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게 곤잘레스 주장이다. 블랙 퓨처스 랩의 웹사이트에서 ‘기부’ 버튼을 누르면 “블랙 퓨처스 랩은 CPA가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프로젝트”라는 설명이 나온다는 것이다. CPA는 197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단체다. 곤잘레스 연구원은 스탠퍼드대 자료를 인용해 “CPA는 중국 본토의 혁명적인 사상과 노동자 권리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자기 결정권과 공동체 통제, 인민을 섬기는 데 헌신하는 친중 좌파 조직으로 출발했다”고 주장했다. 몇 주 전 CPA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참여한 데 대해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의 찬사를 받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주장은 우파 뉴스 사이트인 브레이트바트와 보수 인플루언서인 벤 샤피로의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트위터를 타고 널리 퍼졌다. 그러자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가자의 기업을 지원하는 샌프란시스코 CPA는 중국 정부와 연관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보스턴 CPA가 중국 공산당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데, 곤잘레스 연구원이 “CPA라는 이름을 쓰는 두 조직을 섞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BLM 운동이 마르크스주의나 중국 정부와 공식적인 연결 고리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도 일축했다. 샌프란시스코의 CPA 측도 곤잘레스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허위 정보”라고 발끈했다.

이에 곤잘레스는 다시 22일 ‘뉴욕타임스 팩트체크를 팩트체크하다’는 기고를 올려 “가자와BLM 창시자들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다. 지난 주말 홈페이지에서 마르크스주의 이념과 관련된 표현들을 지우느라 무척 분주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BLM 운동을 둘러싼 색깔 공방은 대선을 앞두고 미국 사회가 첨예하게 갈라져 있음을 보여준다. 흑백 갈등이 이제는 이데올로기 색깔론으로도 번지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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