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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긁지않은 복권'…삼성·애플 14억 인도 쟁탈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8월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 오페라 하우스에서 '갤럭시 노트20'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지난8월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 오페라 하우스에서 '갤럭시 노트20'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의 '긁지않은 복권' 인도 시장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쟁탈전을 시작하고 있다. 세계 2위, 14억 인구를 가진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다. 게다가 전체 인구 중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절반 이하다. 긁지않은 복권이란 표현이 붙은 이유다.

직판 나선 애플, 인재 영입 나선 삼성  

애플은 23일 인도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그동안 인도에서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구매하려면 플립카트나 아마존 같은 현지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러나 공식 스토어가 문을 열게 되면서 애플은 인도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게 됐다. 나아가 내년에는 뭄바이 일대에 오프라인 애플스토어도 문을 열 계획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애플스토어 온라인 매장을 통해 인도 고객과 연결하고 지원을 확장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인도 애플스토어 오픈을 예고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인도 애플스토어 오픈을 예고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2018년 9월 인도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체험 스토어를 연 삼성도 최근 마케팅 전략 강화에 나섰다. IT업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 인도법인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 출신의 수미트 왈리아를 모바일 마케팅 책임자로 재영입했다. 수마트 왈리아는 이미 인도 삼성에서 9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화웨이와 LG전자 등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일하며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최근 1년간 오포가 인도에서 점유율 5위에 올라서는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모바일은 “이번 영입은 인도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삼성의 노력을 보여준다”면서 “삼성은 더 많은 관련 인재를 영입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지금, 중국폰 천국서 무덤으로 변신 중  

원래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은 ‘가난한 자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20만원대 샤오미폰 등 중국 제품들이 주류였다. 애플이나 삼성의 프리미엄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판매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년동기 보다 51% 감소한 1840만대를 기록했다. 점유율로 보면 1위는 샤오미(29%)였고 삼성전자(26%), 비보(17%)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1분기와 비교해보면 샤오미(30%)는 떨어졌고, 삼성(16%)은 대폭 끌어올렸다.

2020년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20년 2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런 변화는 인도 내 반중정서의 확산과 불매운동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와 중국은 국경지대인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영토분쟁과 산발적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 내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을 사지 말자’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최근 애플과 삼성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이 틈에 점유율을 늘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3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제조사들은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도 시장 내 중국 브랜드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판매량 부진이 예상되고, 삼성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인도 맞춤’ 보급형 제품 내놓는 업체들  

가격을 중시하는 인도시장에 맞춰 제조사들도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비싼 제품보다는 점유율 확대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비싼 제품을 팔아서 많이 남기는 것만큼이나 인도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시장이면서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 삼성은 다음달 중 ‘갤럭시F’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이 제품은 인도 시장을 겨냥한 20만~30만원대 제품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라인인 갤럭시Sㆍ노트 시리즈, 폴더블폰 라인인 Z 시리즈, 보급 형인 AㆍM 시리즈를 판매 중인데 여기에 F시리즈가 추가되는 셈이다. LG전자 역시 지난해부터 ‘인도 특화, 인도 먼저(India specific and India firs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도 특화 모델 W시리즈를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의 강자로 콧대높던 애플 역시 보급형 라인을 강화하고 나섰다. 4년만에 아이폰SE 2세대를 출시했고, 최근에는 애플워치 보급형 라인(SE)까지 출시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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