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예능서 부동산 투기 조장? '돈벌래' 논란에 김구라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조영구=국제업무지구를 발표했을 때 3억 가던 아파트가 10억까지 갔어요 평당 1억5000, 2억까지 갔어요. (국제업무지구 재추진을) 다시 발표하니까 13억으로 갔어요.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권영세 국회의원(서울 용산)=경주마를 수레를 끌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유리=그래서 언제 개발하는 거에요? 시원하게 말씀해주세요.
권영세=최소 5년 내에는 시작합니다.

지상파, 부동산 다룬 예능 줄줄이 선보여 #치솟는 부동산 가격, 기대와 공포감 반영

화면 상단에는 ‘개발 호재’ ‘재개발 기대로 뭉칫돈이 잠자는 동네’ 등 용산의 부동산 가치를 소개하는 자막들로 채워졌다. 11일 방송된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의 내용 중 일부다.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노골적이다. 방송인 김구라, 배우 이유리 등 연예인들이 부동산 전문가를 섭외해 해당 지역에 대한 현장을 답사하며 알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평가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최근 지상파 예능에서는 오디션, 육아, 음식 등에 이어 부동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SBS는 추석 특별프로그램으로 ‘랜선 집들이 전쟁-홈스타워즈’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인테리어 고수들이 사는 주택의 ‘랜선 집들이’를 통해 각종 인테리어 팁과 트렌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SBS는 8월에도 연예인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에서 1박 2일간 살아보고, 집에 대한 여러 게스트들의 평가를 들어보는 ‘나의 판타집’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또 MBC가 지난해 3월부터 방송한 ‘구해줘 홈즈’는 스타들이 민원인의 예산과 조건에 맞는 적절한 주택을 구해주는 구성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일요일밤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잡으며 순항 중이다.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MBC 파일럿 예능 '돈벌래' [자료 MBC]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택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부동산에 대한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김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서울 수도권의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자산과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집을 구입한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기회비용이 됐다”며 “한 번 구입할 때 제대로 똑똑한 한 채를 구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굉장히 커졌고, 방송사 역시 이러한 대중의 욕구와 트렌드를 반영하는 예능을 선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및 과거 정부 서울 집값 상승률.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및 과거 정부 서울 집값 상승률.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달 3일 연 기자회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올랐으며 이 중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한다. 또 서울 전체 집값은 1호당 평균 5억3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34%) 상승해 7억1000만원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부동산에 대한 열기가 과거와는 또 다르다. 30대도 그룹을 만들어 지방까지 부동산 임장(현장 답사)을 다니며 꼼꼼하게 따진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적 관심이 한 차원 높아진 분위기”라며 이같은 열기를 전했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부동산 예능을 본격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돈벌래’는 방송 직후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과 수도권의 급격한 집값 상승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시기에 지상파에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 '팁'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MBC 예능 '구해줘! 홈즈' [자료 MBC]

MBC 예능 '구해줘! 홈즈' [자료 MBC]

이에 대해 이선경(32·대학원생)씨는 “노골적으로 특정 지역과 아파트를 거론하면서 어디가 투자하면 좋고, 어디는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케이블에 경제나 부동산 전문 채널이 있는데 왜 굳이 지상파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김중원(41ㆍ회사원)씨는 “솔직히 회사일과 육아 때문에 일반인 입장에선 부동산 임장이라는 것을 쉽게 다니기 어려운 처지 아니냐”며 “패션이나 음식 관련 예능은 특정 브랜드나 음식점을 노출하는 간접 광고 효과도 많은데, 부동산에 대한 정보의 격차를 낮춰준다는 목표만 잘 지킨다면 꼭 비난할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돈벌래'를 진행한 김구라씨는 방송 중 “한국인 순자산의 76%가 부동산인만큼, 자산을 지키자는 게 이 방송의 목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 교수도 18일 방영된 2화에서 “부동산 투기 문제는 그간 부동산 정보들이 상대적으로 소수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이라며 “균형 있는 정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 투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간에게 중요한 3요소가 의식주인만큼 집에 대한 관심은 늘 있었다. 과거 MBC ‘러브하우스’처럼 부동산 예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당시엔 부동산 예능이 거주 대상으로서 집을 봤다면 ‘돈벌래’ 같은 프로그램은 투자의 대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유튜브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하는 지상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