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제대로 차이면 목숨 부지 어려운 타조의 발

중앙일보

입력 2020.09.23 13:00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0)

타조는 조류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몸무게 65~150㎏, 키 1.7~2.8m로 수컷이 암컷보다 20% 정도 더 나간다. 수컷의 털은 대부분 검은색이지만 암컷은 회색으로 쉽게 구분된다. [사진 pixabay]

타조는 조류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몸무게 65~150㎏, 키 1.7~2.8m로 수컷이 암컷보다 20% 정도 더 나간다. 수컷의 털은 대부분 검은색이지만 암컷은 회색으로 쉽게 구분된다. [사진 pixabay]

날지 못하고 육상에서 두 다리를 가지고 생활하는 새를 주금류(走禽類)라 한다. 타조, 에뮤, 레아, 화식조, 키위 등 대부분 타조목에 속하는 종이다. 이 가운데 타조는 주금류를 대표하는 종으로 잘 알려졌지만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타조는 조류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몸무게 65~150㎏, 키 1.7~2.8m로 수컷이 암컷보다 20% 정도 더 나간다. 수컷의 털은 대부분 검은색이지만 암컷은 회색으로 쉽게 구분된다. 아프리카 중북부, 동부, 남부가 자연 서식지다. 씨앗, 나뭇잎, 풀, 과일 등 식물성이 주식이지만 때로는 메뚜기 같은 곤충도 먹는다. 일반적인 조류와 달리 모이 주머니와 담낭이 없다. 주로 낮에 활동하지만 황혼이나 달밤에도 생활이 가능하다.

머리는 작으나 눈은 육상의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커 직경이 5㎝에 이른다. 두껍고 길며 검은 눈썹은 햇빛을 차단해 눈을 보호하는데, 큰 눈동자와 함께 동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을 만든다.

타조는 두 다리로 움직이는 동물 중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다. 길고 강한 다리와 굵고 긴 발가락, 강력한 발톱으로 무장하고 시속 50㎞로 30분 정도는 거뜬히 달릴 수 있다. 순간 최고속도는 70㎞를 넘기며 이때의 보폭은 최대 5m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조류의 발가락은 4개인데 타조는 2개다. 수는 적지만 힘을 집중할 수 있어 공격과 방어의 최고 무기가 된다. 타조의 발에 제대로 차인 동물은 생명을 부지하기 쉽지 않다. 어미가 새끼를 보호하고 있을 때는 사자의 공격에도 맹렬히 대응하는 힘의 원천이다.

타조의 알은 동물의 알 중에서 가장 크다. 평균 길이 16㎝에 너비 13㎝이며 무게는 1.4㎏으로 계란의 20배가 넘는다. 그러나 어미의 체중에 비해서는 가장 작은 알이다. 짝짓기 이후 높은 서열의 어미는 30~60㎝ 깊이에 직경 3m 정도의 둥지를 만들어 이틀에 5~16개의 알을 낳는다.

낮은 서열의 암컷도 같은 둥지에 알을 낳아 높은 서열의 어미가 품지만 자기가 낳은 알을 중앙으로 품는다. 다른 곳에 낳은 알도 끌어모아 자기 등지에서 품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포란을 시작할 때는 20개 정도의 알만 남긴다. 포란은 암수 교대로 하는데 낮에는 암컷, 밤에는 수컷이 품는다. 이는 암컷의 털이 회색이라 낮에 둥지의 모래의 색깔과 비슷하고, 어두운 밤에는 수컷이 검은색으로 보호색의 역할을 해 포식자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조는 일정한 영역이 없이 5~50마리가 느슨한 무리를 이루며 얼룩말이나 영양류와 같이 좋은 환경을 따라 옮겨 다니며 생활한다. [사진 pikist]

타조는 일정한 영역이 없이 5~50마리가 느슨한 무리를 이루며 얼룩말이나 영양류와 같이 좋은 환경을 따라 옮겨 다니며 생활한다. [사진 pikist]

타조는 일정한 영역이 없이 5~50마리가 느슨한 무리를 이루며 얼룩말이나 영양류와 같이 좋은 환경을 따라 옮겨 다니며 생활한다. 생후 2~4년이 되면 짝짓기를 할 수 있으며 암컷이 6개월 정도 빠르다. 부화 기간은 35~45일로 다른 주금류보다는 조금 짧다.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화된 새끼가 1년까지 생존할 확률은 15% 정도로 낮다. 포식자가 주변에 많아 새끼 때는 자칼, 몽구스, 멧돼지, 이집트 독수리 등이 주로 공격한다. 사자, 표범, 치타, 아프리카들개, 하이에나 등은 모든 연령대에서 위협이 된다. 그러나 성숙한 타조는 달리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들이 추격하더라도 치타의 급습 외에는 대부분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큰 키와 함께 청력과 시력이 좋아 먼 거리의 포식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강점도 가진다.

타조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문화와 문명에 많은 영향을 준 동물이기도 하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는 왕이 타조를 타고 있는 조각상이 등장하고 칼라하리사막 지역에서는 타조 알에 구멍을 뚫어 물을 저장하는 용도로 쓴 흔적이 있다. 타조의 고기, 깃털, 가죽, 알 등은 인간의 생활에 유용하게 쓰인다. 알은 특별한 식품이었고 빈 껍질은 공예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깃털은 중세 유럽 기사의 투구를 돋보이게 했고 19세기부터는 모자와 여성의류에 화려한 장식품이 되었다. 가죽은 핸드백과 지갑 등 고가의 피혁제품 재료로 고기는 식품으로 꾸준히 이용된다. 타조 고기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고 단백질과 칼슘 철분의 함량이 높다.

타조의 쓰임새가 많아짐에 따라 19세기에 상업적인 농장이 세워지기 시작되었으나, 20세기 초까지 포획이 성행해 야생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1970년대 들어 남아프리카와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대형농장이 많이 생겨났다. 타조는 적응력이 뛰어나 추운 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에서 무리 없이 지낼 수 있다. 농장에서는 음식과 고기, 가죽제품과 기념품을 판매하고 타조 타기 등으로 수입을 잡는다. 한국에도 번식과 제품판매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타조 농장이 30여 곳 있다.

타조는 최상의 기록이 너무 많다.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새, 육상에서 두발로 움직이는 동물 중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 세상에서 가장 큰 알을 낳고 가장 큰 눈을 가진 동물이다.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하면 가장 오래 장수하는 새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평균수명은 50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보호 상태에서 62년 7개월의 기록이 있다.

타조는 지난 200년 동안 야생에서 개체 수가 지속해서 감소하였다. 생존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체는 보호구역이나 농장에 있다. 타조가 야생에서 살고 있는 서식지는 980만km²가 넘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멸종위기 동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유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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