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또 책 낸 조영남 "유배 생활에 할일도 없고 해서"

중앙일보

입력 2020.09.22 17:36

업데이트 2020.09.23 14:54

시인 이상의 시 '이런 시'에 직접 붙인 노래를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르고 있는 조영남. 김호정 기자

시인 이상의 시 '이런 시'에 직접 붙인 노래를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르고 있는 조영남. 김호정 기자

 “시인 이상은 피카소보다, 니체ㆍ아인슈타인ㆍ말러보다 더 위대하다는 게 내 주장이다.”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75)이 새 책 『보컬그룹 시인 이상과 5명의 아해들』(혜화1117)을 냈다.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기타를 꺼내들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 본인이 노래를 붙인 이상의 시 ‘이런 시’다. 조영남은 “이상과 피카소ㆍ니체ㆍ아인슈타인ㆍ말러가 5인조 보컬그룹을 만들어 이 노래를 서울 통인시장 골목에서 부르는 상상을 했다”고 했다.

이번 책은 그가 전율을 느꼈던 예술가와 사상가에 대해 쓴 이야기다. 딸에게 이들에 대해 설명하는 대화 방식으로 구성해 허구와 사실을 넘나든다. “소위 대작 사건으로 유배 생활을 하면서 할 일도 없고 해서 썼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3번을 클래식 라디오에서 들었다. 그 순간 전율이 왔다. 이상에게 느꼈던 전율을 다시 느꼈다. 작곡가 말러와 시인 이상만 짝 지우는 게 뜬금 없어서 균형을 잡기 위해 미술작가, 사상가, 과학자까지 다루게 됐다.” 책은 이들이 이상이 리더인 밴드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치르는 내용도 담았다. 그 과정에서 피카소의 입체 미술보다,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이론보다 뛰어난 이상의 세계를 소개한다.

조영남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이상의 소설 ‘날개’를 읽은 뒤 ‘이상 덕후’가 됐다”고 했다. 2010년에 『이상은 이상 이상이다』라는 본인만의 이상 해설서도 냈다. “이상의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시는 피카소가 눈에 안 보이는 부분까지 그려놓은 작품을 뛰어넘는다. 또한 이상의 ‘오감도’에는 설교하는 예수와 입장권을 파는 깡패가 나온다. 니체보다 더 문학적인 표현이다. 이상의 ‘최후’라는 시에는 사과 한 알이 추락해 지구가 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인슈타인보다 한 수 위의 표현 아닌가!” 이처럼 조영남은 “이상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은 총체적”이라며 “이상을 더 알려지게 하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조영남은 6월 대법원의 무죄 판결 직후 나온 책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과 이번 책을 동시에 집필했다. 2016년 그림 대작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후 대법원 판결까지 5년을 기다리면서 한 일들이다. 이상과 네명의 천재를 소재로 그림도 그렸다. 이상의 초상화에서 시작해 다섯 명이 한번에 공연을 펼치는 그림까지 10여점이다.

조영남은 컴퓨터를 쓰지 않고 빨간 펜으로 종이에 집필한다. 김호정 기자

조영남은 컴퓨터를 쓰지 않고 빨간 펜으로 종이에 집필한다. 김호정 기자

법정 공방을 벌인 5년의 창작물들을 모두 공개한 그는 “이번 책이 마지막일 것 같다”고 했다.“오늘 아침에 조카한테 전화가 왔는데 내 그림이 화랑에서 수억원 어치 팔리고 있다고 하더라. 희한하지 않나? 기분이 뻥했다. 아, 내가 드디어 미술로 뜨는구나. 5년동안 국가가 나를 화가로 만들어줬다는 게 농담이 아니다.” 조영남은 “아마 여기저기 쌓여있는 그림이 얼추 2000점일 거다. 앞으로 한 3년 더 살까. 전부해서 3000점 정도 그리면 엄청나겠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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