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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최대 폭발적 이슈, 낙태…긴즈버그 죽음이 불러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낙태를 반대하는 모임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월 낙태를 반대하는 모임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낙태가 미국 대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의 사망이 약 40일 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 레이스에 '낙태'라는 뇌관을 건드린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대선 레이스에 중요 이슈로 급부상한 낙태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낙태 문제는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이라 대선 때마다 불거진 쟁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 차별 이슈에 가려져 있었다.

진보와 남녀 평등의 아이콘으로 통했던 긴즈버그의 사망이 낙태라는 논쟁 거리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린 것이다.

낙태 법으로 금지하려는 보수의 꿈  

연방대법원은 지난 1973년 여성 낙태권을 인정했지만, 미국의 보수파는 여전히 낙태에 반대하고 있다. 보수적인 미국의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는 대법원의 결정과는 배치되는 낙태를 규제하는 법안 지난 6개월 간 58개나 도입됐다.

긴즈버그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연방대법관의 자리를 트럼프의 의도대로 바꾼다면 보수 진영이 연방대법관의 9자리 중 6자리를 가져간다. 1973년의 결정을 뒤집고 낙태 반대를 법령화하려는 보수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를 추모하는 이들이 남긴 메시지. 낙태법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를 추모하는 이들이 남긴 메시지. 낙태법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연방대법관 자리를 둘러싼 경쟁 

이 때문에 긴즈버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연방대법관 자리를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가 사망하자마자 "이번 주말까지 후임자를 지명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현재 트럼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력한 후보는 에이미 커니 배럿 판사이다.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이 1명을 포함해 7명의 자녀를 둔 독실한 카톨릭 신자다. 낙태 반대론자다.

차기 연방대법관 후보로 꼽히는 에이미 코나 배럿 판사. [AP=연합뉴스]

차기 연방대법관 후보로 꼽히는 에이미 코나 배럿 판사. [AP=연합뉴스]

민주당에서는 연방대법관 선임은 차기 대통령에게 맡겨야한다는 입장이다. 긴즈버그의 손녀이자 미국 시민자유연합의 회원인 클라라 스페라는 지난 18일 긴즈버그나 별세 직전 남긴 유언을 공개했다. "나의 가장 뜨거운 소망은 새 대통령 취임 때까지 내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는 유언이다. 트럼프는 '유언 조작설'로 맞서고 있다.

트럼프에게 더 유리한 이슈  

낙태는 워낙 폭발력이 큰 이슈라 양 진영 모두에게 부담스럽지만, 보수 후보에게 좀 더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정치에 무관심해도 낙태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가 뒤처진 지지율을 단숨에 만회할 카드인 셈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낙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카톨릭 신자인 바이든 후보는 지난해 낙태 관련 의료 행위에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법안을 지지하다 당내에서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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