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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나면 중대한 불이익" 밀턴에 기댄 니콜라의 현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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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 밀턴

트레버 밀턴

천재 또는 사기꾼.
수소 전기차 벤처인 니콜라의 창업자 겸 회장인 트레버 밀턴이 21일(현지시간) 끝내 퇴진했다. 액티브 공매도 투자회사인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는 수십여 가지 거짓을 바탕으로 한 사기 기업”이라고 공격한 지 11일 만이다.

아주 독특한 경고

니콜라 주식이 상장되기 앞서 회사는 사업설명서를 내놓았다. “미스터(Mr.) 밀턴은 니콜라의 사업 아이디어와 경영의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부문의 원천”이라며 “(그가 떠난다면) 중대한 불이익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턴은 "니콜라 아이디어와 경영의 중요한 원천"...영웅 의존 기업의 전형

아주 독특한 경고다. 일반적으로 상장 준비 기업은 재무적인 내용이나 핵심 사업의 시장 상황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등의 경고를 한다.

니콜라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니콜라 주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니콜라가 ‘밀턴의 부재’를 ‘중대한 불이익’이라고 경고한 점은 회사가 얼마나 밀턴 한 사람에 의존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래서인가. 니콜라 주가는 이날 19.33% 떨어졌다. 장 초반에 26% 정도 추락하기도 했다.

SEC 조사 착수 소식에 사임

밀턴은 사임하기 전 11일 동안 발버둥 쳤다. 그는 힌덴버그의 보고서가 거짓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더 나아가 “힌덴버그가 니콜라 주가를 폭락시켜 시장을 조작하고 수익을 챙기기 위한 금융 조작”이라고 반박했다.

1840년대 영국 혁신의 상징인 철도왕 조지 허드슨

1840년대 영국 혁신의 상징인 철도왕 조지 허드슨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힌덴버그의 발표 후 니콜라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끝내 밀턴은 물러났다.

영웅의 등장과 몰락 공식

블룸버그인텔리전트의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힌덴버그 주장 가운데 대부분이 니콜라 창업 초기에 있었던 일”이라며 “외부 투자와 상장이 이뤄져 경영진에 밀턴 말고도 많은 파트너들이 참여했다”고 했다.

대서양 횡단 전신케이블 주인공 사이러스 필드

대서양 횡단 전신케이블 주인공 사이러스 필드

그러나 밀턴의 퇴진은 금융역사 속 영웅의 등장와 몰락을 떠올리게 한다. 1840년대 신기술의 상징인 철도의 제왕 조지 허드슨, 대서양 횡단 전신 케이블 부설 벤처를 주도한 사이러스 필드, 대공황 때 몰락한 ‘성냥왕’ 크루거 형제….

『광기와 우연의 역사』 등을 쓴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대서양 횡단 케이블 벤처를 주도한 사이러스를 이야기하며 “천재와 사기꾼 차이는 얇은 치즈 한 장 정도”라고 말했다.

천재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하면, 한 사람에 너무 의존한 기업의 투자자는 중대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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