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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경환·이한구 어떻게 됐나" 김종인 문잠그자 격정 15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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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 모두 발언을 생략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 모두 발언을 생략했다. [뉴스1]

“회의 시작합니다. 원내대표 먼저 말씀하세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개 발언을 생략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발언은 늘 첫 번째였던 김 위원장을 건너뛴 채 주호영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이종배 정책위의장, 성일종 비대위원 순서로 진행됐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될 때까지 27분 동안 김 위원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취재진이 철수한 뒤 당직자가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자, 김 위원장은 참았던 말을 15분가량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의 “작심 발언” “일장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경환ㆍ이한구, 지금 어떻게 됐나”

2012년 10월 중소기업 타운홀미팅 및 정책간담회.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10월 중소기업 타운홀미팅 및 정책간담회.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정부ㆍ여당이 추진 중인 기업규제 3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동참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보수 정당이 어떻게 기업 규제에 동참할 수 있느냐”는 등 당 안팎의 반발에 부닥친 상태다.

회의 참석자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비공개 발언에서 당의 새로운 정강ㆍ정책에 ‘경제민주화’를 적시한 만큼 이와 관련한 ‘기업규제 3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경제민주화’ 내용을 포함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당을 떠나게 됐던 상황을 꽤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통령 당선 뒤 인수위원회에서 창조경제라고 하는, 사실상 대기업과 짝짜꿍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며 “그때부터 박근혜 정부의 불행이 시작됐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또 그는 “당시 경제민주화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이 친박 핵심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전 의원이었다”며 “결국 두 사람이 지금 어떻게 됐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최 전 부총리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16년에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 전 의원은 ‘진박 공천’ 논란 등을 겪었고 20대 총선 이후 사실상 정계를 떠났다.

김종인·주호영 간 힘겨루기 양상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한 당 관계자는 “표면적으론 기업규제 3법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면엔 최근 들어 당 추진 과제에 번번이 딴지를 거는 영남 중진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만 해도 ‘모든 걸 바꿔야 한다’는 당내 위기의식이 충만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이 점에 대해 김 위원장이 굉장히 불만이 많다. ‘긴장을 늦추지 말자. 우린 아직도 위기다’란 메시지를 당내에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당의 로고 및 색상 변경과 관련해서도 당내 이견이 표출된 상태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초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이 사용했던 기존의 빨강에 노랑과 파랑을 함께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노란색은 정의당,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내에서 “당의 정체성이 옅어질 수 있다”는 등의 반발이 나와 발표 계획이 세 차례나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주 원내대표와 “당 색상 변경까지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는 김 위원장 간의 힘겨루기 양상까지 갔다는 게 복수의 당 관계자 전언이다. 당 색상 변경 문제는 22일 의원총회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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