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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수상하다 했더니…검색어 조작 딱 걸린 네이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네이버가 최근 의혹이 쏟아지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관련 검색어만 뉴스 노출이 가급적 안 되도록 검색 카테고리를 다르게 설정한 게 드러났다. 또 사용자가 실수로 ‘추미애’를 영어(cnaldo)로 쳐도 자동전환된 결과를 보여줘야 하지만 한글로 바뀌지 않았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지난 19일 SNS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네이버는 다음 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조작이 아니라) 집계상 오류로 긴급히 바로잡았고, 자동전환은 포르투갈 축구선수 호날두를 의미할 수도 있어 자동전환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왜 다른 정치인과 달리 추 장관 관련 검색어만 콕 집어 오류가 난 채 상당 기간 방치됐는지, 왜 이 검색어만 인공지능(AI) 알고리즘과 무관하게 임의로 자동변환을 막은 것인지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조작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는 모양새다. 가령 국내 포털도 아닌 구글에서는 예외없이 한글 자동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 역시 문제 제기 후엔 자동전환이 잘되고 있다.

윤영찬 “들어오라” 확인된 정권 포털 길들이기 #“오류” 변명 말고 제대로 검증해 재발 막아야

뉴스 편집과 검색어 장사로 손님을 끌어모아온 국내 포털들은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AI 알고리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작 논란을 보면 특정 검색어를 노출하는 과정에서 포털의 인위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 대다수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만약 네이버가 정권에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직접 검색 알고리즘에 손댄 것이라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심각한 일이다.

네이버의 검색어 조작 논란이 불거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지금은 더욱 미묘한 시점이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 대표의 국회 연설 관련 기사가 포털 다음의 메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라고 문자로 지시하는 모습이 이달 초 언론에 포착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야당 기사가 포털 메인에 올라왔다는 이유만으로 여당 의원이 포털에 직접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친정인 네이버에는 그간 이보다 더한 무리한 요구를 수시로 해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또 AI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어물쩍 상황을 넘길 생각은 접길 바란다. 실무 책임자의 허술한 해명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이런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지금까지 그들 입맛에 맞게 여론을 왜곡시킨 게 없는지 확실히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