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국민의힘, 여당 제대로 견제하려면 박덕흠 결단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국회의원으로서 박덕흠(국민의힘)의 처신은 매우 부적절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 출신으로 박 의원과 가족이 건설사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5년 동안이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심지어 20대 국회 후반기엔 야당 간사도 맡았다. 이해충돌의 책임을 피해 갈 방법이 없어 보인다. 시대의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

건설사 대주주가 국토위원? 이해충돌 명백 #박 의원을 국토위 간사로 임명한 당도 책임

최근 박 의원은 국토위 위원으로 있던 최근 5년간 자신과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들이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등으로부터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는 부적절 수주 의혹에 휩싸였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혜영건설(9건), 파워개발(9건), 원하종합건설(7건)은 국토부 산하기관으로부터 총 25건, 773억원 규모의 공사를 땄다. 또 관련 회사가 보유한 신기술 이용료 명목으로 받은 돈이 371억원이다. 세 업체는 박 의원과 가족이 대주주이거나 대표를 맡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2016년에는 박 의원이 국토위에서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강한 제동을 걸어 결국 기준이 완화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의원 당선 이후 박 의원 일가의 건설사들이 전국 지자체에서도 수주한 금액이 480억원에 이른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위 간사 선임 이후 가족 회사 수주액이 크게 늘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에 공사 수주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실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등에 대해선 고발이 이뤄진 만큼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국민의힘은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특위를 구성한 뜻은 알겠지만 이런 조치로는 ‘본질을 회피한 채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다. 민주당 윤미향·김홍걸·이상직 의원 등의 논란이 빚어졌을 때 국민의힘은 뭐라 했던가를 기억해 보라. 뻔한 잘못을 위법이 아니라며 버티다 민심을 잃는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봐왔다. 국민의힘도 박 의원을 국토위 간사에 앉혔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다. 더욱이 여당에 대해 추상과 같은 감시를 하고자 한다면 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자세와 각오를 보여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해충돌 방지 법안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2015년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규정이 있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이 제정안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이번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제대로 된 이해충돌 법안을 마련해 앞으로는 논란의 싹을 잘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