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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파트 14% 올랐다"는 김현미, 보고받은 통계는 단 하나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감정원의 다양한 통계 중 한 가지만 보고받고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서울 부동산 가격은 그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통계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한국감정원 공식 통계를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감정원의 여러 통계 중엔 집값이 40% 이상 올랐다는 통계가 있는데도 김 장관이 ‘14%’를 고수한 건 가장 수치가 작게 나타난 하나의 통계 보고받았기 때문인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록에서 확인된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다른 통계를 보고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질의 중 나왔다. 송 의원은 이날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여러 통계를 화면에 띄워가며 김 장관에게 질의했다.

그는 먼저 “김 장관이 주장하는 14%라고 하는 매매가격지수라는 게 있다”고 ‘14%’의 출처를 확인했다. 이어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다른 통계를 하나씩 짚었다. 그 중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52.9%, 중위 매매가 57.6% 상승이 포함됐다. 또 매매 실거래가격지수 40.9% 상승도 확인된다. 실거래가격지수는 감정원이 실제 계약·신고된 아파트 거래를 전수조사해 계약일 기준으로 산출한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김 장관에게 “이 통계를 보고받은 적 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없다. 밑의 3개(실거래가지수·평균매매가격·중위매매가격)는 제가 처음 본다”고 답했다.

여러 통계 중 가장 작은 수치만 골라서 봤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답변이다. 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이라면 다양한 지표에 관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야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송 의원도 “감정원 자료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올랐느냐는 질문에 최소 6개 정도의 상승률을 뽑아낼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낮은 14%라고 주장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국민들은 ‘이 숫자를 믿기가 어렵다. 부동산 통계 나오는 것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김 장관을 질타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장관에게 매매가격지수만 보고 하는 것이 맞다”며 “매매가격지수에 이미 실거래지수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 상승기에는 고가 아파트나 가격이 많이 오르는 단지 위주로 거래되는데, 실제 거래된 것만으로 통계를 만들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중저가 단지의 상황은 반영이 안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거래지수만으로는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부연했다.

거래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적인 주택의 거래 가능 금액을 만든 게 매매가격지수이고, 이 통계가 시장 전체를 대표한다고 본다는 설명이다.

김현미 장관-송언석 의원 질의응답

▶송언석 의원
그래서 지금 47번의 부동산 통계공시 업무가 정확성이 없다라고 얘기를 드리는 거예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똑같은 한국감정원 홈페이지 자료에 들어가 보시면 장관님이 주장하시는 14%라고 하는 매매가격지수라는 게 있습니다. 똑같은 자료에 들어가서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보시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2.9%, 중위 매매가는 57.6%입니다. 그런데 또 같은 자료에 보시면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라고 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거기 들어가 보시면 매매 실거래가지수는 40.9%가 상승한 것으로 나오고 매매의 평균 가격은 44.7% 그리고 매매 중위 가격은 42.7% 상승했다는게 쉽게 확인될 수 있습니다.
혹시 장관님, 이 통계 보고받은신 적 있으신가요?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없습니다. 밑의 3개는 제가 처음 봅니다.

▶송언석 의원
그래서 이제 문제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KB국민은행과 비교하는 것 또는 부동산114 자료하고 비교하는 것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정부에서, 장관님께서 주장하시는 인정받았다고 하는 기관인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올랐느냐라고 하는 질문에 최소한 6개 정도의 상승률을 뽑아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낮은 14%라고 장관님은 주장만 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국민들은 ‘이 숫자를 믿기가 어렵다. 부동산 통계 나오는 것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홍주희·최현주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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