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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기' 논란에 반사이익?…현대차그룹 주가 '쾌속 질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시 주도주 자리를 꿰차는 걸까. 현대차 그룹사 주가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를 뒤흔들던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주(BBIG)의 상승세가 주춤한 틈을 타 가속 페달을 밟는 모습이다.

현대차가 내년부터 순차 출시 예정인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연합뉴스

현대차가 내년부터 순차 출시 예정인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연합뉴스

현대차 5년9개월 만에 최고가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현대차 그룹 12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00조2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19일 기록한 연중 저점(45조2621억원)보다 121.5%나 불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3.9%)의 두 배 수준이다. 현대차 그룹 시총이 100조를 회복한 건 2018년 5월 14일(100조3402억원)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이른바 '현대차 3인방'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이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2.21% 오른 18만5000원에 마감했다. 2014년 12월 8일(18만5500원) 후 5년9개월 만에 가장 높다. 한때 삼성전자에 이어 시총 2위였던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수요 부진 등으로 지난 2~3년간 주가가 지지부진했고, 올해는 카카오·삼성SDI 등 BBIG에 밀려 시총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8월 이후 주가가 46% 뛰면서 시총 6위로 올랐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지난 8월 이후 각각 20%, 18% 올랐다. 3인방의 시총은 21일 기준 총 82조2193억원으로, 그룹 전체에서 80%를 웃돈다.

현대차 그룹이 내연기관차 이미지에서 벗어나 수소·전기차 업체로 탈바꿈한 점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김민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나 EV' 호조로 현대차의 유럽 순수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지난 7월 11%로 3위를 차지했다"며 "내년엔 '아이오닉 5' 판매에 힘입어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중앙포토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중앙포토

지난 15일 현대차가 수소 상용차 기술 설명회를 연 것도 한몫했다.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2022년 미국 시장에서 수소 트럭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소 트럭을 포함한 수소전기차 연간 생산 목표를 올해 1만1000대에서 2022년 4만 대, 2030년에는 50만 대로 늘리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수소차업체 니콜라의 기술력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증권가에선 현대차 그룹의 질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이후에도 지속적인 신차 출시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최근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매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 목표가를 25만원으로, KTB투자증권은 22만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기아차 목표가를 6만2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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