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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사장은 왕, 직원은 신하'…MZ세대엔 안 통하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23) 

리더의 위치를 잘못 이해하고 '사장이 곧 왕이다'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 [사진 pxhere]

리더의 위치를 잘못 이해하고 '사장이 곧 왕이다'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 [사진 pxhere]

회사마다 리더 성향에 따라 다양한 조직문화가 있다. 조직문화는 대체로 리더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을 닮는다. 각양각색의 리더십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리더십의 목적은 구성원과 함께 목표한 성과를 내는 것이리라.

그런데 업무 자체보다 리더의 업무 방식과 성향에 맞추기 어려워하는 팀원이 많다. 특히 리더가 권위적·통제적·수직적일 때 업무 자체보다는 리더의 성향 때문에 퇴사나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더 많다.

리더의 위치를 잘못 이해하고, ‘사장이 곧 왕이다’ 라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리더의 문제는 ‘직원을 신하로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직원은 사장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하고,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며, 사장의 뜻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1990년대생이 조직에 와 있는 시대다. 직원 중에는 M(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 초반에 걸쳐 태어난 Z세대까지 있다. 조직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 능력 있고 업무 역량이 뛰어난 MZ 세대를 채용해 중간 관리자로 키우고, 그들의 리더십을 기르는 것이 회사의 필수 과제가 되었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에서 유행하던 ‘출근할 때 간하고 쓸개는 집에 두고 나온다’는 말은 영업이나 특정 직군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부하 직원’의 위치에서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회사에서 더 오래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 일할 때는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MZ세대에게 ‘일’이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자존심을 버리며 추구해야 할 목적이 아니라 내 생활과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당연히 ‘워라밸’이 중요하고, 업무할 때에도 존중받고 인정받으며 자존감을 높이길 원한다.

만약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장이 MZ세대와 일한다면 어떻게 될까? 직원은 자고로 사장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사장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없으며, 사장이 시키면 이유 불문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이 회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제가 지금 조선시대에 와 있나요?

M대리는 태블릿과 노트북이 있는데 왜 출력물을 준비해야 하고, 왜 회의와 상관없는 다과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진 pikist]

M대리는 태블릿과 노트북이 있는데 왜 출력물을 준비해야 하고, 왜 회의와 상관없는 다과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진 pikist]

오늘은 본사 사장이 방문하는 날이다. M대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사장과 임원들을 마주쳤다. 임원들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길래 M대리도 따라 탔고, 이어서 사장이 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안에 있는 임원들은 한결같이 사장 앞에서 어깨를 좁히고 머리를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하고 있다. M대리는 순간, ‘나도 저런 자세로 있어야 하나’하고 잠깐 고민했다.

“M대리, 사장님께 드릴 자료는 컬러 레이저 프린터 고화질로 딱 출력했지? 사장님 땀 많이 흘리시니까 회의실 온도는 22도로 딱 맞춰 놓고, 다과는 지난번에 사장님이 잘 드셨던 그 다과로 딱 세팅하고. 자 빨리 빨리.”

평소 중요한 일에 ‘딱~ 딱~’을 자주 사용해 딱부장으로 불리는 부장님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재촉에 맞춰 M대리의 손과 발도 저절로 움직였다. 하지만 M대리는 태블릿과 노트북이 있는데 왜 출력물을 준비해야 하고, 왜 회의와 상관없는 다과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장 회의는 주로 임원과 부서장이 참석하는데, 안건에 따라 실무자가 참석하기도 한다. 이번 회의는 M대리를 포함해 몇몇 실무자도 참석하게 되었다.

“누가 이런 식으로 자료를 만들라고 했나?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 해?”

호통을 치면서 보고서를 던지는 사장을 본 M대리는 너무 놀라서 물컵을 쏟을 뻔했다. 이번 보고 자료에는 새로운 내용이 많다 보니 기존의 형식과 다르게 작성한 것이 사장을 화내게 한 것이었다. 어떤 임원은 이를 설명하려고 애썼고, 어떤 부서장은 죄인처럼 ‘죄송합니다’를 연달아 말했고, 어떤 부서장은 머리를 숙이고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었다. M대리는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요시하고, 사장이 선호하고 익숙한 것이 그 형식의 기준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더욱이 호통치고 자료를 던지는 사장의 행동과 회의 내내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 그리고 이런 부당한 상황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실망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은 숨 막히는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사장을 필두로 임원과 부서장이 홍해처럼 갈라져 사장의 뒤를 절도 있게 따라가는 모습을 본 M대리가 떠올린 것은 TV 속 어느 사극에서 본 왕의 행차 장면이었다. 그때 M대리에게 Z사원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 왔다.

“M대리님, 저 내일부터 출근 안 해요. 그래도 M대리님하고 일해서 즐거웠어요. 왕 없는 회사로 이직하려고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 시대 리더에게 필요한 것, 존중과 인정

능력 있고 업무 역량이 뛰어난 MZ세대 직원일수록 본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리더와 일하길 희망한다. [사진 pxhere]

능력 있고 업무 역량이 뛰어난 MZ세대 직원일수록 본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리더와 일하길 희망한다. [사진 pxhere]

MZ세대가 회사를 견인하는 조직에서 왕의 모습을 한 리더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MZ세대는 자신을 신하로 여기고, 무조건 복종하도록 지시하는 리더를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능력 있고 업무 역량이 뛰어난 MZ세대 직원일수록 본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리더와 일하길 희망한다.

앞으로 중간관리자, 팀의 리더와 임원까지 할 MZ 세대는 직원을 파트너로 대우하는 리더와 함께 일할 것이다. 결국 사장과 직원의 관계를 주종 관계로 인지하는 리더 곁엔 유능한 직원이 남기 어렵다.

훌륭한 직원, 일 잘하는 직원은 조직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다. 결국 리더십의 목적은 구성원과 함께 목표한 성과를 내는 것이며, 훌륭한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과의 훌륭한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왕과 리더의 차이

왕은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이 전체의 결정이 되지만, 리더는 조직 구성원의 결정을 수렴하거나, 경청하거나, 때론 조직을 설득해 결정을 내린다. 왕은 본인의 성향·사상·경험·소수 신하의 의견에 의존하지만, 리더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성과,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적인 업무처리 방식에 의지한다.

왕은 신분과 족보에 따라 인재를 등용했고, 바른말 하는 충신과 아첨하는 간신을 본인의 판단으로 구별했다. 반면 리더는 업무 성과, 능력, 팀워크, 리더십 등 다각적인 기준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고 성장시키며, 전문 HR 담당자, 인사 평가제도 등을 통해 유능한 인력을 관리한다.

어떤 조직에서나 리더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리더의 성향, 업무 스타일이 조직의 분위기와 업무 방식을 만들고, 리더의 조직 관리 방식이 곧 중간관리자가 본인의 팀을 관리하는 방식이 된다. 역량 있는 MZ세대 직원이 일하고 싶은 회사, 능력 있는 MZ 세대 직원과 같이 성장하는 회사의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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