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해때 지뢰 떠내려왔다" 철원 이길리 주민들 청와대서 집단이주 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년간 마을 3번 잠긴 전략촌 

지난달 기록적인 집중호우에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강원 철원군 이길리 마을 주민들이 21일 청와대 앞에서 현실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길리 주민

지난달 기록적인 집중호우에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강원 철원군 이길리 마을 주민들이 21일 청와대 앞에서 현실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길리 주민

25년간 3차례나 마을이 통째로 잠긴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주민들이 청와대를 찾아가 집단이주를 비롯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해 복구비 지원 기준 1600만원 불과" #주민들 호소문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 #김정숙 여사, 지난달 수해 때 봉사활동

 철원 이길리 주민 40여명은 2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초소 안 이길리 주민들은 올여름 장마로 온 마을이 침수되고 지뢰가 떠내려와 수해복구를 하느라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고 있다”며 “수해 당시 국무총리와 영부인 등 높은 분들이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처참한 현실에 이주 대책을 약속했지만 이후 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집터를 마련하고 집을 새로 짓는데 2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한데 정부의 복구비 지원 기준은 1600만원에 불과하다”며 “1억8000만원이라는 부채를 안고 이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한 상황”이라고 했다.

 현행법상 수재민 주택 건축 비용은 가구당 16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추가 지원 없이는 집단이주가 불가능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정숙 여사가 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김정숙 여사가 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길리 마을 1996·1999년에도 침수

 주민들은 또 ‘특별재난지역선포에 따른 이주 지원대책 마련’, ‘비무장지대 유실 지뢰의 위험 근본적 해결’, ‘농경지 지뢰 피해지역 작물보상비 지급’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관련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민간인통제선 안쪽에 있는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은 1979년 ‘전략촌’ 개념으로 조성한 마을이다. 한탄강보다 5m 정도 낮은 지대에 형성돼 1996년과 1999년 침수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집중호우로 주택 68동이 침수되면서 13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집중호우에 잠긴 이길리 마을을 예고 없이 찾아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수해 피해를 본 한 주민이 “주택과 농경지가 함께 물에 잠기니 경제적 타격이 너무 크다. 집단 이주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하자 김 여사는 “이럴 줄 알았으면 기자들과 같이 올 걸 그랬다. 이런 상황은 언론에도 알려야 한다”며 “대통령께도 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철원=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