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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패트' 첫 공판서 "이 정권 폭주 막지 못해 천추의 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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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기소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2020.9.21/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기소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2020.9.21/뉴스1

“이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

지난해 국회에서 발생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의 피고인으로 21일 법원에 출석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법정에서 한 말이다. 이날 황 전 대표는 법정 의견 진술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황 전 대표는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선거에서 패배했고 나라는 더욱 무너지고 약해졌다”며 “저는 실패했으나 야당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무너지고 그러면 모든 국민이 노예의 삶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 노예의 삶 감당해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이날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교안 전 대표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들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27명의 피고인을 오전 10시·오후 2시·오후 4시 세 차례 나눠 진행한다. 앞서 오전 10시에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출석한 것에 이어 오후 2시 공판에 황 전 대표가 출석했다.

법정에 선 황 전 대표는 검찰 측의 공소사실에 대해 “권력의 폭주와 불법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 행위가 어떻게 불법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황 전 대표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패스트트랙 절차와 이를 통해 통과된 법안을 비판했다. 황 전 대표는 “순리대로 하지 않고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억지로 한다는 의미를 지닌 방기곡경(旁岐曲徑)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며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공정과 정의의 본래 가치를 흔들고 왜곡하는데 이게 과연 정상적인 입법 행위인가”라고 되물었다.

재판부 향해 ‘일제시대 판사’ 언급

이날 재판에서 황 전 대표는 ‘일제시대의 판사’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황 전 대표는 “대한민국 법원이라면 국민을 보호하고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임무를 저버리면 안 된다”며 “일제시대 판사가 지금과 같은 판사가 아닌 이유”라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재판부를 향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이 법관보다 먼저”라고 강조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 측은 “모든 사실을 부인한다” “위법하지 않았다” “구성요건 해당 사항이 없다”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강조하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황 전 대표는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저로 충분하다”며 “무더기로 기소된 당직자 27명이 아니라 저만 처벌해달라. 명예롭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의원직 달린 현역 의원만 9명

〈YONHAP PHOTO-2975〉 '패스트트랙' 첫 공판 나경원 전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9.21   hwayoung7@yna.co.kr/2020-09-21 10:04:54/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2975〉 '패스트트랙' 첫 공판 나경원 전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9.21 hwayoung7@yna.co.kr/2020-09-21 10:04:54/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번 패스트트랙 재판의 피고인은 황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의원 24명과 보좌관 3명으로 총 27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이 포함된 ‘사법개혁안’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내용이 담긴 ‘선거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은 혐의로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오전 10시에 진행된 재판에 출석한 나 전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충돌은 다수 여당의 횡포와 소수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이었다”며 “이 재판이 헌법 가치를 지켜내고 입법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자유민주주의의 본보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에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 9명(이철규·박성중·곽상도·윤한홍·송언석·이만희·김정재·김태흠·장제원)도 포함돼 있다.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해당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5년 이상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다수의 국회의원, 보좌진 등이 (연루된) 국회 내 폭력행위, 이른바 패스트트랙 행위에 관해 최초로 국회 선진화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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