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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 태국 국민 금기 깨고 군주제 개혁 요구

중앙일보

입력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20일(현지시간) 방콕 사남 루엉 광장에 집결해 있다. AP=연합뉴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20일(현지시간) 방콕 사남 루엉 광장에 집결해 있다. AP=연합뉴스

태국 학생운동 세력과 반정부 단체들이 19일(현지시간) 수도 방콕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금기를 깨고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현지시간) 태국의 반정부 집회에서 태국의 민주 운동가인 치와락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일 (현지시간) 태국의 반정부 집회에서 태국의 민주 운동가인 치와락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학생단체인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은 이날 방콕 시내 탐마삿 대학의 타쁘라찬 캠퍼스에서 반정부 집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태국 경찰이 20일 (현지시간) 왕궁 입구를 차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태국 경찰이 20일 (현지시간) 왕궁 입구를 차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최 측은 최다 1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고, 경찰도 참석자가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데도 학생 수백명이 몰리자 애초 집회를 불허했던 대학 측은 걸어 잠갔던 정문을 개방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20일(현지시간)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20일(현지시간)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근의 왕궁 맞은편 사남 루엉 광장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2014년 일으킨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9월 19일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날이기도 하다.

19일(현지시간) 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의 사남 루엉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의 사남 루엉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태국의 반정부 집회는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퓨처포워드당(FFP)이 올해 2월 강제 해산되면서 촉발했고, 코로나 19가 진정된 7월부터 다시 불붙었다. 주최 측은 군부 제정 헌법 개정, 의회 해산 및 총리 퇴진과 새로운 총선 실시,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등을 촉구하면서 세를 불려 나갔다.

19일(현지시간) 밤 반정부 집회가 열린 태국 방콕 사남 루엉 광장. 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밤 반정부 집회가 열린 태국 방콕 사남 루엉 광장. EPA=연합뉴스

군부정권이 2017년 개정한 헌법은 정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지명하고, 총리 선출 과정에 국민이 뽑은 하원의원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군부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태국에서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점차 반정부 집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반정부 집회를 개최한 주최 측은 20일(현지시간) 오전 광장 바닥에 기념 동판을 심었다. 동판에는 '이 나라는 국왕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내는 글귀가 적혀 있다. 기념판 설치 행사에서 반정부 활동가인 빠릿 치와락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라는 구호도 외쳤다. AP=연합뉴스

반정부 집회를 개최한 주최 측은 20일(현지시간) 오전 광장 바닥에 기념 동판을 심었다. 동판에는 '이 나라는 국왕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내는 글귀가 적혀 있다. 기념판 설치 행사에서 반정부 활동가인 빠릿 치와락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라는 구호도 외쳤다. AP=연합뉴스

군주제 개혁 이슈는 코로나 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올해 태국의 국내총생산이 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데도 왕실 예산은 16%나 인상한 89억8천만바트(약 3356억원)로 편성돼 더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왕실이 보유한 38대의 여객기 및 헬기 유지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를 연호하기도 했다.

 20일(현지시간) 한 시위대 여성이 동판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한 시위대 여성이 동판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쁘라윳 총리는 반정부 집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허용하겠지만, 군주제 개혁 요구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주최 측은 밤새 반정부 집회를 이어간 뒤 20일 거리 행진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국왕 초상화 옆에 서 있다. 태국은 입헌군주국이다. EPA=연합뉴스

한 태국 반정부 시위대가 국왕 초상화 옆에 서 있다. 태국은 입헌군주국이다. EPA=연합뉴스

20일 집회 주최측은 광장 및 탐마삿 대학 캠퍼스에서 밤을 새운 참석자들과 함께 군주제 개혁 요구를 전달하겠다며 왕실 자문기관인 추밀원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20일(현지시간)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방독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방독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무장이었지만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들의 행진을 막으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요구안을 전달하겠다는 경찰측 입장을 집회 지도부가 수용하면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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