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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현역 회장님 “제품 개발, 브랜드 관리 할 일 많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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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가장 애착 가는 제품을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다 귀중하고 각별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천식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며 약대 진학을 결심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가장 애착 가는 제품을 묻는 질문에 ’하나하나 다 귀중하고 각별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천식으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며 약대 진학을 결심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이금기(88) 일동후디스 회장은 ‘국민 영양제’ 아로나민 골드의 아버지다. 1960년 구멍가게를 간신히 면한 직원 5명의 일동제약에 입사해 히트작을 잇달아 내면서 초고속 승진해 대표이사 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다.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일동후디스 사옥에서 만난 이 회장은 “최소한 95세까지는 제품 개발에 몰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 인터뷰 #당의정 기술 활용 아로나민 개발 #‘월급쟁이사장’하다 59년만에 독립 #소식·운동과 일 몰입이 건강 비결

최근엔 단백질 보충제와 즙, 각종 건강식품에 빠져 있다. 그는 일동후디스가 올해 2월 선보인 하이뮨을 미래 먹거리로 본다. 아직은 분유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저출산으로 축소되는 시장이다. 분유 제조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건강식품을 찾고 있다. 하이뮨은 나이가 들어 균형 잡힌 식사를 못 해 생기는 문제를 막기 위해 단백질과 마그네슘, 비타민을 배합한 일종의 어른을 위한 분유라고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은퇴 전까지 후디스의 모든 건강식품을 하이뮨 브랜드로 통일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이 회장은 직접 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한 제약회사에 입사했다. 첫 직장은 너무나 영세한 규모였다. 신입은 단기에 생산관리부터 영업 관리까지 경험하며 단련됐다. 당시 회사의 가장 큰 과제였던 당의정(쓴맛이나 변질을 막기 위해 표면에 당을 입히는 기술) 기술 개발에 참여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1년 뒤인 60년 일동제약으로 옮긴 그는 이를 아로나민 개발에 십분 활용했다.

두 번째 직장인 일동제약 역시 그가 입사할 당시엔 직원 5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였다. 개발과 생산, 영업까지 1인 3역을 해냈다. 영양제 아로나민은 이 회장 입사 3년째 나온 제품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생각에 한 달 매출액 400만원 중 100만원을 광고비로 썼다”고 말했다.

아로나민 출시에 맞춰 각종 스포츠 이벤트 후원사로 나서 제품명을 알리고 ‘체력은 국력’과 같이 뇌리에 각인될 건강 캠페인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아로나민이 인기를 얻으니 유사 제품 10여 종이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결국 아로나민만 시장에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배탈이 자주 나는 아이들을 위해 개발된 비오비타는 유아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입사 6년 만에 상무, 11년 만에 전무가 되었고 84년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0년까지 일동제약 대표를 맡았던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일동제약 입사 59년 만에 독립을 선언했다.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을 팔아 일동제약이 보유한 일동후디스 주식을 매입하면서 일동홀딩스 계열에서 분리했다.

구순에 가까운 나이지만 이 회장은 70대로도 보이지 않는다. 비결은 소식과 꾸준한 운동 그리고 일이다. 아침은 계란 반쪽에 그릭 요거트다. 이후 오전 9시면 서울 성수동 사옥에 도착한다. 올해 초 아들인 이준수 대표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겼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과 브랜드 관리, 마케팅에선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여겨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외부 약속이 있으면 점심을 먹지만, 없으면 단백질 보충제 한잔으로 대신한다. 저녁은 일반식이지만 이 또한 아주 싱겁게 먹는다.

하루에 물 1.5~2L도 챙겨 마신다. 55년 동안 골프와 헬스를 중단하지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그를 가장 생기있게 만드는 것은 일이다. 이 회장은 “남들보다 잘하진 못해도 목표를 하나 세우면 남들보다 오래 생각하고 끊임없이 몰입하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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