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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에메랄드와 한몸서 태어난 ‘밤의 여왕’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51)

“아름답고 눈부신 가을날이었다. 사이다 같은 청량한 공기와 빠질 것 같은 새파란 하늘을 가진.”

판타지 역사 로맨스 소설 『아웃랜더』로 유명한 작가 다이애너 개벌든이 어느 가을날을 이렇게 묘사했다. 후덥지근한 여름이 가고 바다처럼 빠질 것만 같은 새파란 가을 하늘이 어느새 펼쳐지고 있다. 가을 하늘을 보면 생각나는 보석이 바로 사파이어다.

사파이어는 파란색을 띠는 유색 보석으로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와 함께 4대 보석 중 하나다. 파란색은 흔히 상쾌함, 신선함, 차가움, 신비로움 등을 느끼게 한다. 이런 파란색 계열의 보석은 사파이어만 있는 게 아니다. 파란색 보석의 대명사격인 사파이어지만 뭉게구름 같은 아쿠아마린, 상큼한 새벽공기를 닮은 터콰이즈도 있다. 파란색 보석을 소개한다.

사파이어

사파이어가 세팅된 디아뎀(머리 장신구)과 주얼리. [사진 쇼메]

사파이어가 세팅된 디아뎀(머리 장신구)과 주얼리. [사진 쇼메]

유색 보석을 이루는 광물은 ‘종’으로 구분된다. 각 종은 명확한 화학 성분과 물리적 성질을 가지는데 사파이어는 커런덤(Corundum)의 변종이다. 커런덤 안에서 붉은색은 루비, 그 외의 색이 사파이어다. 사파이어는 파란색 외에도 무색을 포함해 여러 색상이 존재한다. 청색인 경우에만 그냥 사파이어라고 부르고, 노란색은 옐로우 사파이어, 분홍색은 핑크 사파이어로 색상 이름을 추가하여 부른다.

사파이어는 강렬한 레드의 루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보석이다. 사파이어의 청색은 조화의 색이며, 영원함, 신뢰 혹은 믿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돼 왔다. 그래서 사파이어는 중세 시대 후반에는 성직자의 반지로 사용되었고, 하늘을 상징하는 보석으로 받아들여졌다. 미얀마와 캐쉬미르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짙고 깊은 청색 사파이어를 최고의 품질로 친다.

아쿠아마린

아쿠아마린이 세팅된 주얼리. [사진 쇼메]

아쿠아마린이 세팅된 주얼리. [사진 쇼메]

아쿠아마린은 라틴어로 ‘바닷물’을 뜻한다. 아쿠아마린은 에메랄드와 함께 베릴(Beryl)의 변종으로 ‘밤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어두운 밤에 아쿠아마린을 보면 유달리 밝게 반짝거리는 광채가 어두운 바다에서 보는 한줄기 등불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아쿠아마린은 찬란한 햇살에 찰랑찰랑 움직이는 바닷물 같기도 하고,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과도 닮았다. 하늘과 바다를 한 몸에 품고 있는 보석이라 말할 수 있다.

터콰이즈 

터콰이즈가 세팅된 주얼리. [사진 쇼메]

터콰이즈가 세팅된 주얼리. [사진 쇼메]

터콰이즈는 프랑스어로 ‘터키의 돌’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산출되던 터콰이즈는 터키를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고대 유럽에서 보면 터키는 아주 먼 미지의 나라였고, 이집트는 머나먼 지평선 끝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래서 터콰이즈는 ‘멀리서부터 온 이상한 보석’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것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서도 종종 발견될 정도로 터콰이즈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보석 중 하나다. 언뜻 보면 녹색인 듯하고 다시 보면 파란색인 듯한 이 신비로운 색은 여명의 청아함을 상기시킨다.

사파이어, 아쿠아마린, 터콰이즈 외에도 파란색을 가진 보석으로는 블루 토파즈, 라피스 라줄리, 블루 스피넬, 블루 지르콘 등 다양하다. ‘파란색’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긴 하지만, 각각의 파란색이 서로 다른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마치 가을 하늘이 여러 모습인 것처럼.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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