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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모기 유충 퇴치 덕에 목숨 건진 추어탕용 미꾸라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64)

연주자는 무대를 잃고, 강연자는 설 곳이 없고, 사람은 갈 곳이 없다. 서로를 의심하며 꺼리게 되니 코로나 참으로 고약한 병인 것 같다. 이제 코로나와 함께 살 수밖엔 없는 현실인가 보다.

코로나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이 또한 여느 유행병처럼 그러다 말 것이라 생각했다. 팬데믹이 오고 2차 대감염이 현실화한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이것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애초의 예측이 틀렸듯이 이 또한 틀리기를 바란다. 참 많이 갑갑한 상황인데 이 상황을 더욱 갑갑하게 만드는 것은 확인되지도 않은 말이나 루머를 조금의 주저함이나 부끄러움 없이 퍼 나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두 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 첫째, 사실이 아닐 것이다. 지금 세상이 그런 황당함을 허용할 수도 없는 구조다. 둘째,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지금 뭘 어쩌겠단 말인가? 혼란을 부추길 뿐이고 진정성을 의심받아 오히려 참이 거짓으로 호도될 우려가 있으니 백해무익하다. 그러니 그런 말들을 하거나 옮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시간이면 낮잠을 자거나 기타를 배울 일이다. 그게 그나마 이 사회에 해악이 덜 할 것이다.

남실용 음악학원에 기타 교습을 등록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지만 이 글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다.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 견뎌야 할 것 같다. 공연히 힘 빼지 말자.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을 '행복 천재'라고 하는데 내가 그렇다. [사진 권대욱]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을 '행복 천재'라고 하는데 내가 그렇다. [사진 권대욱]

당분간 산막에서 곡우와 함께 머물기로 했다. 곡우도 서울 안 가고 나도 안 간다. 텃밭에서 땀 흘리는 곡우를 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텃밭은 곡우 담당, 나는 잔디와 풀 담당이다. 나는 합창과 기타 교습을 포기했고, 곡우는 유튜브와 일어 교습을 중단했다. 이렇게 우리는 산막에서도 함께 또 따로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애국인지라….

방콕하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는 팝송 따라부르기. 영어공부 되고 노래공부 되고 유튜브도 되니 일석삼조다. 우리의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곡우의 핸드폰으로 ‘팝송 불러주는 남자’를 켠다. 그리고 보면서 함께 따라 부른다. 간간이 해설과 추임새를 더한다. 이 전체의 과정을 녹음해 영상으로 만든다. 오늘도 재밌는 하루다.

코로나 속에서도 함께 또 따로는 문제 없다.

코로나 속에서도 함께 또 따로는 문제 없다.

인간에게 있는 기본 욕구, 갇혀있지 못하는 욕구도 그 하나다. 방콕. 가고 싶을 때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는 자유, 그 자유를 잃고 있구나. 인류의 코로나 대응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차라리 무위가 낫지 않겠나도 싶다.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으나 일주가 한계라 본다. 코로나든 뭐든 집에만 박혀서는 일주일을 못산다는 이야기다. 산막에서도 이럴진대 도심의 아파트는 어떻겠는가? 사람은 나가게 되어 있다. 가면 먹어야 하고, 잠자야 하고, 씻어야 한다. 여행업, 숙박업 항공업, 요식업이 망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모두가 안 된다 할 때, 바로 그때가 기회다. 역사가 증명해주지 않는가? 소나기가 시원하게 오는 오후, 우리는 귀래로 자장면 먹으러 간다. 비 오는 날은 왜 자장면이 당기는지 모르겠다.

‘후드득, 후드득’ 독서당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쐬아아’ 계곡물 내려가는 물소리, ‘타닥 탁 타닥닥’ 연못에 떨어지는 물소리까지. 나는 이 새벽의 모든 소리를 사랑한다. 어제부터 읽던 『살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다시 읽는다. 친환경 고효울 주택에 대한 저자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그 열정이 지나쳐 번잡스럽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 콘크리트 집, 철골조 집, 목조 집 중에 인체 건강에 가장 좋은 집은 목조주택이란 말에 산막 모든 집이 나무집임을 상기하고 내심 안심하는 새벽이기도 하다. 비는 오늘도 계속 내릴 것이다. 나는 비를 사랑하며 비 맞지 않는 안온함을 즐길 것이다. 내리되 다만 지나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비 사랑을 돌아본다.

해 뉘엿한 이 시각 산막이 좋다. 마트에서 사 혹여나 죽으면 어쩔까 급히 달려와 연못과 계곡에 방생한 미꾸라지가 잘살고 있나 모르겠다. 내가 그들의 생명이 궁휼하여 방생한 것이 아니라 깔따구나 모기 유충을 먹고 산다 하여 푼 것이긴 하다만, 결과적으로 추어탕 냄비 속으로 사라질 목숨을 살리긴 한 것이니 잘한 일일 듯싶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먹힐 벌레 새끼의 목숨은 또 무엇이며, 성가시다고 전자 파리채를 휘두르는 나는 또 무엇인가. 장터 추어탕 맛있다고 자랑하는 나는 또 무엇인가. 산막에서는 자연이 가까이 보인다. 그 속의 생명들 더 잘 보인다. 그래서 생각이 깊어진다. 모두들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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