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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스트레스' 받은 집콕족...직접 얼굴에 보톡스 주사 놨다

중앙일보

입력

영국의 성형·미용 전문가 단체인 ‘세이브 페이스’(Save Face)에는 최근 성형 부작용 상담 문의가 부쩍 늘었다. 환자들은 성형 부위의 멍·부종 등을 호소했다. 상당수는 불법 시술 피해자였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병원이 봉쇄되자 불법 시술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카메라 비친 얼굴, 맘에 안들어 성형 집착 #코로나로 병원 문 닫자 무자격자 시술 #직접 주사제 구입 얼굴에 주입하기도 #전문가들, "카메라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코로나19 봉쇄 이후 사용량이 급증한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Zoom)' 로고. 전문가들은 화상 회의가 늘면서 카메라에 비친 얼굴과 실제 모습 사이의 괴리에 불만족을 느껴 성형에 집착하는 증상인 '줌 패닉'을 경계하라고 경고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봉쇄 이후 사용량이 급증한 온라인 화상 플랫폼 '줌(Zoom)' 로고. 전문가들은 화상 회의가 늘면서 카메라에 비친 얼굴과 실제 모습 사이의 괴리에 불만족을 느껴 성형에 집착하는 증상인 '줌 패닉'을 경계하라고 경고한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6월 봉쇄 기간 ‘세이브 페이스’에는 179건의 성형 부작용 상담 문의가 들어왔다. 상담 결과 이 중 80건은 불법 시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집에서 무자격자에게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일부는 온라인에서 성형 주사제를 구입해 직접 얼굴에 주입했다고 말했다.

보톡스는 피부 주름 생성을 막고, 필러는 볼이나 주름 등 피부의 꺼진 부위를 채우는 성형 주사제다. 보톡스는 시술 후 평균 3~4개월, 필러는 6~18개월 효과가 지속된다. 영구적인 시술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면 재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 봉쇄령으로 병원들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재시술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봉쇄 전 시술을 받았던 사람들은 재시술이 어려워지자 불안해졌다. 성형 주사제 효과가 사라지면 아름다움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 조치 이후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 신고가 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진은 보톡스, 필러 시술 이미지. [중앙포토]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 조치 이후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 신고가 늘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진은 보톡스, 필러 시술 이미지. [중앙포토]

봉쇄 전 턱부위에 필러를 맞았다는 패션잡지 ‘보그’(Vogue)의 전 영국 편집장 피오나 골프어(Fiona Golfar)는 “봉쇄 기간 필러 효과가 떨어지자 얼굴 주름은 늘고, 피부는 탄력을 잃어갔다. 내 얼굴이 녹아내려 급속도로 노화할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의 성형외과 의사이자 팟캐스트 ‘기니피그’(Guinea Pig) 진행자인 마리암 자마니는 봉쇄 기간 성형 시술을 받지 못해 불안해하는 현상을 ‘락다운 멜트다운’(Lockdown Meltdown)이라고 불렀다. 봉쇄를 뜻하는 ‘락다운’(Lockdown)과 자제력·통제력을 잃은 상태를 뜻하는 ‘멜트다운’(Meltdown)의 합성어다.

카메라에 비친 얼굴 주름, 눈에 거슬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봉쇄령 등으로 인한 불안 심리가 성형 욕구를 유발했다고 분석한다.

성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성형 후 만족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골프어는 “봉쇄 기간 정신적·정서적 안정이 필요했는데, 그때마다 성형 후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온라인 화상 연결 플랫폼인 ‘줌(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 화면. 영국 성형외과 의사인 마리암 자마니는 카메라의 왜곡 현상에 속아 과도한 성형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계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온라인 화상 연결 플랫폼인 ‘줌(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 화면. 영국 성형외과 의사인 마리암 자마니는 카메라의 왜곡 현상에 속아 과도한 성형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계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통 방식으로 떠오른 화상 전화, 화상 회의, 화상 수업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트북 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면서 외모에 집착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봉쇄령 이후 보톡스 시술을 결심했다는 한 사람은 “화상 회의 중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얼굴과 목주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 주름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봉쇄 기간이 성형 최적기라는 점도 성형 욕구를 자극했다. 성형 수술 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오랜 기간 집에서 회복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봉쇄 기간 절약한 여행·쇼핑 비용을 성형 비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고 FT는 전했다.

전문가들, “줌 패닉(Zoom Panic)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봉쇄 기간 성형 욕구가 높아질 수는 있으나 과도한 성형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여성이 봉쇄기간 온라인 화상 연결 플랫폼으로 친구들과 온라인 파티를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여성이 봉쇄기간 온라인 화상 연결 플랫폼으로 친구들과 온라인 파티를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줌 패닉’(Zoom Panic)을 우려했다. 줌 패닉은 카메라에 비친 모습과 자신이 인식하는 얼굴 사이의 괴리에 불만족해 성형에 집착하는 증상을 말한다. 일부 의사들이 코로나19 이후 사용량이 급증한 온라인 화상 연결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해 만든 신조어다.

셀프 카메라 보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찍은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 모습에 괴리를 느끼고 성형에 집착하는 ‘스냅챗 이형성증’(Snapchat Dysmorphia)과 유사한 증상이다.

자마니는 “카메라는 실물을 왜곡한다”면서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외모가 어색하고,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면서 “과도하고, 잘못된 성형 주사제 주입은 안면근육 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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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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