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지RG]만들 수 있는 건 상자뿐이었다, 中 '녹색 만리장성' 40년 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녹색 만리장성'으로 알려진 중국의 ‘삼북(三北) 보호림’을 아시나요? 삼북 보호림은 중국의 북쪽 지역인 화북·서북·동북을 고비 사막의 모래 폭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78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자라는 포플러나무 집중 식수 #문제는 단일종 의존…하늘소에 먹혀버려 #시진핑 추진 프로젝트엔 100종 섞어심기

모래폭풍 속에서도 한 여성이 나무를 심고 있다. [트위터]

모래폭풍 속에서도 한 여성이 나무를 심고 있다. [트위터]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시점은 2050년. 그때까지 앞으로 30년간 나무를 더 심어야 합니다. 약 3500만 헥타르(35만㎢)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이 면적은 독일 전체 면적(3575만 헥타르)과 맞먹는다고 하네요.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0여년간 이어진 중국 ‘삼북 보호림’의 성패가 전 세계 조림 사업에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운데)가 소년과 함께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있다. [신화통신 트위터]

중국 리커창 총리(가운데)가 소년과 함께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있다. [신화통신 트위터]

이 프로젝트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습니다. 중국의 삼림 면적 비율이 1978년 12%에서, 2020년 22%로 개선된 것이죠.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세계가 녹지화되는 데 있어 중국의 조림 사업 기여율이 42%에 달했다고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중국의 삼림 면적 비율은 1978년 12%에서 2020년 22%로 높아졌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삼림 면적 비율은 1978년 12%에서 2020년 22%로 높아졌다.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이 놓친 부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조림 사업은 전부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초 삼북보호림은 70년이 넘는 초장기 프로젝트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빨리 내기를 바란 중국 지방 관리들의 성화에 못 이겨 포플러 나무로 쫙 깔아버립니다. 물론 포플러 나무에 죄가 있는 건 아닙니다. 포플러 나무는 빨리 성장하는 수목종으로, 춥고 건조한 날씨도 잘 견디는 우수한 성질을 지녔습니다.

녹색 만리장성(Great Green wall)은 205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중국의 거대한 식수 프로젝트다. [트위터]

녹색 만리장성(Great Green wall)은 205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중국의 거대한 식수 프로젝트다. [트위터]

포플러 나무가 빠르게 자란 덕분에 숲은 하루가 다르게 넓어져 갔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튀어나왔습니다. 1990년대 유리알락하늘소의 습격을 받아 포플러 나무들이 죽어 나간 겁니다.

유리알락하늘소는 포플러 나무처럼 무른 재질의 나무를 좋아해 나무를 갉아먹는다. [트위터]

유리알락하늘소는 포플러 나무처럼 무른 재질의 나무를 좋아해 나무를 갉아먹는다. [트위터]

유리알락하늘소 애벌레가 문제였습니다. 애벌레는 성장하면서 나무의 가운데를 파고들어 나무를 갉아먹습니다. 특히 비교적 무른 포플러 나무는 유리알락하늘소에겐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애벌레에서 성체로 성장한 유리알락하늘소는 나무껍질에 지름 9.5mm 크기의 구멍을 만들어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 수액이 흘러나오면서 나무는 죽어갔습니다. 구멍 사이로 다른 해충이 들어가는 2차 피해도 입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중국에서 유입된 유리알락하늘소가 버드나무 등을 해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포플러 나무를 심으면 심을수록 유리알락하늘소는 폭발적으로 개체 수를 늘려갔습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나무를 단일종만 사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젠룽 전 중국 국가 임업국 국장은 봉황 TV와의 인터뷰에서 "단일종 나무를 심다 보니 전염병과 해충 발생에 취약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결국 중국은 감염된 나무 수백만 그루를 잘라 물건을 담는 상자로 만들어 팔았습니다.

지난해 4월 촬영된 슝안 지구의 모습. 중국은 과거 단일종 나무만 심었다가 나무를 잘라 버린 아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슝안 지구에는 100여종의 나무를 섞어서 심기로 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4월 촬영된 슝안 지구의 모습. 중국은 과거 단일종 나무만 심었다가 나무를 잘라 버린 아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슝안 지구에는 100여종의 나무를 섞어서 심기로 했다. [신화=연합뉴스]

과거 저질렀던 뼈아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은 슝안 신구에는 100여 종류의 나무를 섞어 심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 베이징으로부터 130㎞ 떨어진 슝안 신구에는 3600헥타르만큼을 뒤덮는 묘목이 심어질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원하는 '천년수림' 프로그램입니다. 천년수림 프로젝트는 올해 말까지 중국 도시의 40%에 나무를 심고, 10개 중 7개 도시에 친환경 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내륙·해양 실크로드)' 사업과 '나무 심기'도 연관 짓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130개국이 포함된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나무 심기 프로그램을 다른 나라에도 전파해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 산하기관인 중국 녹색재단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이란·카자흐스탄·파키스탄·터키 등과 중국을 연결하는 '녹색경제 벨트' 3곳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