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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세끼·오치기…증시 구도 바꾸는 2030 ‘주린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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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호 01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카카오게임즈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카카오게임즈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오치기’를 하려면 대형주보다 신재생에너지나 바이오 분야 유망종목이 유리해요.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해외주식도 괜찮지만 ‘주식세끼’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빚투’하신 분들은 계좌 잔고 관리에 유의하세요.”

“금리 바닥이고, 아파트는 큰돈 들고” #20대가 신규 계좌 개설 가장 많아 #공부 모임 만들어 유망 종목 분석 #대박 기대해 빚냈다가 쪽박 위험도

지난 16일 서울 연남동의 한 스터디룸. 30대 직장인들의 투자모임에 처음 참여한 기자에게 스터디 회원 A씨는 빠르게 조언했다. 오치기는 초단타 거래를 의미하는 은어다. 큰손 개미는 하루에 5%, 작은손 개미는 하루 5만원만 벌면 털고 나온다는 뜻이다. 2~3년 전 비트코인 광풍이 불던 당시에 ‘하루에 치킨값만 버는 것이 목표’라던 것과 비슷하다. 주식세끼는 아침, 점심, 저녁에 식사를 하듯 하루 3번 모바일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 풍력발전소를 많이 만든다고 하는데 발전기 기둥 제조업체 주식이 뜨지 않겠느냐를 놓고 최근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어요. 저를 포함해 ‘뜬다파’ 회원들은 지금 다 높은 수익률을 냈어요. 소액이라 얼마 되지는 않지만요.”

같은 날 서울 이문동 카페에서 열린 한국외국어대 주식투자동아리 ‘포스트레이드’의 투자전략 회의에서 최윤화 회장(LT학과·23)은 기자에게 종목을 어떻게 선정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소액이라 애초부터 돈벼락을 기대하기보다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20대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식활동계좌수는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2935만 개다. 이 가운데 20~30대 비중이 50%를 넘는다. 특히 20대가 앞다퉈 신규 주식계좌를 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 상반기 새로 개설한 주식계좌 가운데 20대의 비중이 37.5%였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지난해(28.1%)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30대까지 포함하면 64.9%다. 증권업계에서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젊은 투자자들의 자금 규모는 200만~300만원 수준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수십년간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국내 개별 종목뿐 아니라 펀드, 해외 주식, ETF 등 다양한 상품에 관심을 보여 미래에는 주식 관련상품이 은행 예금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주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보다 예금 금리가 너무 낮고, 부동산은 접근하기에는 지나치게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큰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운 20대와 30대 초반 젊은층에게 주식 시장은 그나마 눈길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젊은 세대의 주식 시장 참여는 부동산에 편중된 한국 가계의 자산구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가계 부문의 순자산(9307조원) 가운데 주택과 부동산 비중이 75%에 달했다. 순금융자산은 2102조원(22.6%)에 그쳤다. 금융자산 비중이 80%에 달하는 미국과는 자산 구성이 반대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개인 입장에선 주식 투자의 매력이 그만큼 부각된 상황”이라며 “국내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아직 선진국보다 작은 만큼, 앞으로 돈이 더 몰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빚투(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3대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의 연령별 신용공여 규모는 올 6월 말 기준 20대가 61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었다. 5대 시중은행의 20대 신용대출 규모 역시 1월 5조9567억원에서 5월 6조9266억원으로 16.2% 증가했다. 코스피 지수가 올해 저점 대비 65% 상승하는 등 시장 여건이 좋은 편이라 아직 큰 문제는 없지만, 시황이 나빠질 경우 투자손실이 대출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비트코인을 눈 앞에서 경험한 20대들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매력에 취해 빚까지 내면서 급하게 들어가는 것”이라며 “알바비를 투자해 당장 먹고 빠지는 것이 목표인 젊은이들에게 우량주를 분산해 들고, 멀리 내다보라는 조언이 잘 먹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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