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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데이’가 분수령…“신기술 내놔 상승” vs “정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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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호 06면

밤잠 설치는 ‘서학개미’

요즘 미국의 테슬라의 주식을 사들인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西學)개미가 연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한 테슬라의 주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두 자릿수 변동률을 반복하는 아찔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기업을 둘러싼 호재와 악재에 흔들리게 마련이지만, 테슬라의 주가 추이만 놓고 보면 “도박판이 따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런 가운데 22일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주가 향방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롤러코스터 타는 주가 전망 #개인, 한 달간 3조3600억 매수 #S&P500 편입 실패, 급락 후 반등 #머스크 “깜짝 놀랄 뉴스 나올 것” #목표가 272~451달러로 제각각 #기업 가치 합리적 계산 어려워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7일(이하 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15% 내린 423.43달러에 장을 마쳤다. 14일 12.58% 급등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오르다 다시 이틀 연속 내렸다. 테슬라 주가는 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실패 등으로 하루에만 21% 폭락하며 33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다. 당초 테슬라는 올해 2분기 때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 지수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가 핵심 부문에서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4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자동차 판매보다는 탄소배출권 판매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신기술, 차 1대당 2300달러 절감 효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럼에도 테슬라 주가는 이튿날인 9일 10.92% 반등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테슬라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이 종목으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테슬라 주식을 28억9306만 달러(약 3조3600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테슬라 주식을 4억7011만 달러(약 5500억원) 사들였는데, 최근 한 달여 만에 상반기 순매수액의 6배를 사들인 셈이다. 사실상 ‘몰빵’에 가까운데, 특히 20~30대가 많이 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IT 종목 주주의 60~70%가량이 20~30대다. 이들 상당수는 신용융자를 통한 ‘빚투’여서 롤러코스터 장세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다행인 건 7월 1일 종가가 223.93달러(액면분할 이후 기준)로 15일 종가보다 200달러 이상 낮았던 만큼 상반기 테슬라를 사들인 서학개미는 수익률이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말 이후 투자에 나선 이들은 사정이 다르다. 테슬라의 현재 주가는 9월 1일 대비 15%가량 하락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깜짝 놀랄 뉴스로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겠다(blow your mind)”고 예고한 22일 ‘배터리 데이’가 변곡점이 될 전망인데, 미국 증권사들도 배터리 데이 이후 주가에 대해선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미국 증권사는 배터리 데이 때 새로운 배터리 핵심 기술 등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목표 주가도 상향하는 분위기인데, 전망 주가가 272달러에서 451달러까지 제각각이다. 투자은행 UBS는 11일 테슬라 목표가를 기존 160달러에서 325달러로 높였다. 또 다른 미국의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도 9일 테슬라 목표가를 451달러로 제시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목표가를 170달러에서 290달러로, 모건스탠리는 210달러에서 272달러로 높였다. 미국 금융정보 사이트 팁랭크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테슬라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애널리스트 30명의 평균 목표 주가는 293.67달러다. 지난 17일 종가보다 30%가량 낮은 수준이다.

미국 증권사는 대체로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를 통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패트릭 허멜 UBS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데이에 테슬라는 ‘건식 전극 기술’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기술은 배터리셀 밀도를 50% 높여 차 한 대당 비용 2300달러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자체 생산을 넘어 제3자에게 배터리와 파워트레인을 공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핵심 부품사로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든 존슨 GLJ리서치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를 만들고 있어 테슬라의 매출은 정점을 찍었다”며 “하반기부터 테슬라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성 커도 집중 투자는 경계해야”

GLJ는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목표가를 87달러에서 19달러로 낮췄다. 테슬라의 목표 주가가 증권사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전기차시장의 빠른 성장 등으로 전문가조차 미래를 예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특히 기술 혁신이나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어 기업 가치를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 업계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지,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을지 등에 따라 주가 변동폭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투자리서치업체인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 주가가 무려 3000달러~440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3000달러는 자율주행 네트워크는 구축하지만 생산단가는 낮추지 못했을 때, 4400달러는 생산단가까지 낮췄을 때 목표가다. 자율주행 네트워크 구축에 실패한다면 200달러~68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네트워크에 성공할 가능성은 30%로 예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전기차시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계속해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라도 특정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조짜리 사기극? 차세대 테슬라?…수소트럭 ‘니콜라’ 논란 뜨거워

수소트럭 제조사를 꿈꾸는 미국 기업 니콜라.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이 회사가 사기 논란에 휘말리며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8일(이하 현지시간)엔 미국 GM과의 협력을 발표하며 하루만에 40% 넘게 급등했다가, 10일엔 공매도 투자자가 사기설을 주장하면서 급락했다.

니콜라 픽업트럭 ‘배저’

니콜라 픽업트럭 ‘배저’

요동치는 주가만큼이나 투자자가 니콜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10조짜리 사기극’에서 ‘차세대 테슬라’로 극단적으로 갈린다.

니콜라는 14일 6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투자자 힌덴버그리서치가 제기한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힌덴버그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현 시점에서 생산 중인 차량도 없다고 주장했다. 니콜라는 자신들이 그동안 전 세계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쳤다며 이 주장을 반박했다. 보고서에선 “보쉬와 한화그룹, CNH인더스트리얼, GM 등 에너지와 자동차, 화학 분야 최고 기업의 밀도 있는 검증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협력사인 CNH가 독일 울름의 생산시설에서 니콜라 트레 전기 트럭의 시제품을 생산하는 사진 4장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 차량이 가짜로 보이냐”며 “우리는 거짓을 극복하고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라고 적었다. 니콜라를 둘러싼 사기 논란에 대해 미 법무부까지 조사에 나선 가운데, 월가는 니콜라가 실제로 수소트럭을 상용화하기 전까지 사기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니콜라 자체가 기본적으로 자체 생산시설이나 기술력을 갖춘 게 아니라 세계 주요 협력사의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관련 핵심기술이나 특허 또한 보유하지 있지 않다. 니콜라의 해명에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는 만큼 월가는 검증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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