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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시민 첫 비대면 합창…코로나블루 물리쳤으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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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라운지] 성악가 김주택·김현수

축제란 시끌벅적 사람들이 모여야 제맛이다. 하지만 꼭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집결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도구만 있다면, 각자 집에서도 즐길 수 있다. 16일 개막한 마포문화재단의 제5회 마포 M 클래식 축제는 클래식을 도구로 시공간 제약을 뛰어 넘는 ‘디지털 컨택트’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26일 열리는 메인 콘서트 ‘클래식 희망을 노래하다’는 100여 명의 마포 구민합창단과 최고의 클래식 스타들이 온라인으로 하모니를 이루는 ‘감동의 대합창’ 프로젝트다.

26일 ‘마포 M 클래식 콘서트’ #‘팬텀싱어’ 1·2기 출신 의기투합 #100여 명 합창단과 온라인 하모니 #공연 취소로 생계 위협 느낄 정도 #팬덤 덕에 극복, 빨리 무대 섰으면

전례 없는 초대형 디지털 라이브 콘서트에 참여하는 테너 김현수(33)와 바리톤 김주택(34), 두 명의 성악가도 설레고 있었다.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다 함께 부르는데, 진짜 멋있을 것 같아요. 마포 구민들도 참여하시면서 엄청 행복하시겠죠.”(현수) “성악가로서 비대면 합창을 하는 건 최초니까요. 싱크 맞추기가 힘든 작업일 텐데,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 같습니다.”(주택)

대학 시절부터 어울린 친구  

바리톤 김주택(왼쪽)과 테너 김현수가 26일 마포 M클래식 축제에서 최초의 ‘100인 비대면 합창’을 이끈다. 신인섭 기자

바리톤 김주택(왼쪽)과 테너 김현수가 26일 마포 M클래식 축제에서 최초의 ‘100인 비대면 합창’을 이끈다. 신인섭 기자

두 사람은 각각 JTBC ‘팬텀싱어’ 시즌 1, 2의 우승팀과 준우승팀 출신이다. 학연이나 지연이 없는데도 대학 시절부터 어울려 다녔다는 두 사람은 시종 유쾌하게 궁합이 척척 맞았다. 유튜브 영상 촬영을 위해 힘든 시기 희망이 되는 노래를 한 곡 불러달라 했더니, 잠시 악기 조율하듯 목소리 톤을 맞추다가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로 천상의 화음을 들려준다. “대학교 때 같이 노래방에 갔는데, 사장님이 마지막 1분 서비스를 주셨을 때 둘이 이동원·박인수의 ‘향수’를 부른 기억이 나요. 그때 케미가 좋아서 나중에 꼭 같이 부르면 좋겠다고 했었죠. 근데 얘랑 부르면 솔직히 부담돼요. 제가 너무 부족하니까요. 성량은 진짜, 같이 있으면 시끄러워 죽겠어요(웃음).”(현) “컬러가 다르니까 스며들 수 있는 거죠. 현수만 원한다면 언제든 듀오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주)

26일 둘의 듀엣도 볼 수 있다. 방송에서 크로스오버 곡으로 익숙했던 이들이 드물게 선보이는 오페라 아리아다. “비제의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는 프랑스 오페라라 부담스럽긴 해요. 하지만 그 부담감을 넘어 멜로디가 엄청 좋거든요. ‘신성한 사원에서’는 한 여자를 향한 두 남자의 사랑을 노래하는 곡인데, 결국 테너가 이길 운명이죠.”(주) “제가 나쁜 놈이에요. 사랑하지 말자고 합의 봐 놓고 나중에 그 맹세를 깨는 배신자니까요. 진정한 승리라곤 볼 수 없죠.(웃음)”(현) “테너와 바리톤은 항상 그래요. 실제로 유학 시절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죠. 아는 테너 형과 사이에 한 여자가 있었는데, 결국 테너를 택하더군요.(웃음)”(주)

올해 두 성악가의 삶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이탈리아 오페라계에서 맹활약하던 김주택은 올해 공연이 모두 취소되어 국내에 머물고 있고, ‘팬텀싱어’ 1기 ‘포르테 디 콰트로’의 김현수도 9월에만 콘서트 7개가 취소됐다.

김주택. 오페라 카니발 공연 모습. [아트앤아티스트]

김주택. 오페라 카니발 공연 모습. [아트앤아티스트]

“생계 위협을 느낄 정도예요. 최근 한국 젊은 세대 3분의 1이 코로나블루를 겪는다고 하던데, 저도 좀 그래요. 성악가는 무대에서 망신살이라도 뻗쳐야 한다는데, 그럴 일이 없으니 우울한 거죠. 팬들과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 유튜브 채널을 열었는데, 많은 분이 제 마음을 받아주시고 좋은 댓글도 달아주셔서 이겨나갈 힘을 얻고 있어요.”(주) “직장인이 15년 출근하다가 갑자기 집에만 있는 느낌이랄까요. 무관중 공연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관객의 박수를 먹고사는 직업이잖아요.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 뿐 입니다.”(현)

3년 만에 방송된 ‘팬텀싱어’ 시즌3은 ‘본방 사수’를 했다고. 좁은 성악계에서 함께 고생하던 후배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컸다. “준비 과정이 힘든 걸 아니까 모두를 응원했는데, 특히 (유)채훈이는 7~8년 전 크로스오버 활동 처음 할 때 같이했었거든요. 긴 무명시절 겪으며 포기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죠. 우승하고 나서는 연락도 없네요.(웃음)”(현) “저는 (길)병민이가 예고 직속 후배고, 유럽에서 같이 한 경험도 있어요. 겉보기엔 화려한 커리어지만 속으로는 열망이 많았을 텐데, 잘돼서 너무 좋습니다.”(주)

김현수. 오페라 카니발 공연 모습. [아트앤아티스트]

김현수. 오페라 카니발 공연 모습. [아트앤아티스트]

쩌렁쩌렁한 발성의 상남자 스타일 김주택과 보기 드문 미성으로 속삭이는 김현수는 그야말로 색깔이 전혀 달랐다. 하지만 이들은 “순수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수는 항상 전진하는 친구예요. 머물러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걸 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죠. 친구지만 존경스러워요. 내가 만일 한국에 있었다면 이렇게 못했을 것 같은데, 현수는 꾸역꾸역 해냈죠.”(주) “오히려 주택이가 이탈리아에서 외롭게 버틴 거죠. 자기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부분을 존경합니다.”(현)

노래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성악가들도 “죽을 만큼” 노래하기 싫을 때가 있단다. 그런 순간에도 이들을 움직이는 건 팬덤의 힘이다. “거제도에서 제 공연 때마다 올라오시는 70대 팬분도 계시고, 제 부족한 노래에 치유받고 건강이 좋아지셨다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 때문에 노래하는 거예요.”(현) “팬텀싱어 출연을 결심한 것도 노래에 회의를 느껴서였죠. 10여년 동안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공연을 10번, 15번 해야 했으니까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는데, 팬텀싱어 이후에 팬분들이 이탈리아까지 오페라를 보러 오시더군요. 그런 분들 생각하면, 회의감은커녕 내 목이 떠나가는 순간까지 노래해야겠다 싶어요.”

26일에는 각자 솔로도 부른다. 주택은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현수는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의 아리아다. “주인공인 피가로는 시골 이장님 같은 사람이거든요. ‘만물박사’ 캐릭터로 바리톤의 힘과 재간, 테크닉과 퍼포먼스가 다 담긴 재밌는 곡이죠. 제가 150번 이상 부른 제일 자신 있는 곡이고요. 바리톤의 시그니처이자 김주택의 진수를 볼 수 있을 겁니다.”(주) “주택이가 테크닉과 파워로 승부한다면, 저는 감미로운 라인이 강점이죠.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믿음을 매우 부드럽고 감미롭게 표현합니다. 작품은 희극이지만 이 곡만큼은 웃음기 쏙 빼고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곡이에요.”(현)

솔로·듀엣·합창까지 ‘풀서비스’

이런 노래들을 ‘비대면’으로 들어야 한다니 어딘지 허전하다. 수천 명이 모이는 대형 공연에 언제쯤 마음 놓고 갈 수 있을까. 어쩌면 클래식도 코앞에서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연에 미래가 있는 건 아닐까. “코로나 직전, 포르테 디 콰트로 3집을 아주 소규모 편성으로 녹음했어요. 목소리에 집중하자는 컨셉트였죠. 작년에 세종 체임버홀에서 마이크 없이 했던 솔로 콘서트도 너무 좋았고요. 앞으로 이런 공연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현) “저도 피아노 반주 하나로 독창회를 열기도 하고 들으러 가기도 하는데, 육성이 악기에 묻히지 않고 마이크 없이 다이렉트로 왔을 때 감동이 더 큰 것 같아요. 코로나를 안고 가야 하는 현실이라면, 공연도 소규모든 대규모든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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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를 찍으면 두 사람의 노래가 담긴 동영상 인터뷰를 보실 수 있고, 포브스 10월호에 더 자세한 기사가 게재됩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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