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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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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은 원래 안다(安達)라 불리는 작은 마을이었다. 비옥한 토지를 갖고 있어 농사와 목축을 하던 작은 마을이었지만 1959년 유전이 발견되면서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됐다.

실패로 끝난 대약진 운동 기간에 유전이 발견되면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크게 기뻐했다. 정권 수립 10주년에 큰 경사(大慶)를 맞았다 하여 이름을 다칭이라 바꿨고, 중국 동북지역 최대 석유공업도시로 키웠다. 원래 이름이던 안다는 1984년 작은 도시로 다시 분리됐다.

최근 한국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볼보, 그중에서도 플래그십(flagship·최고급) 세단 S90은 중국 다칭공장에서 만든다. 2010년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볼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많은 유럽에선 SUV만 만들고, 세단 모델은 중국과 미국에서 생산한다.

SUV인 XC90·XC60과 왜건 모델인 V90·V60은 스웨덴에서, 소형차 XC40·V40은 벨기에에서 만든다. S90은 중국 다칭공장에서, S60은 미국에서 만든다. 한국 시장에 ‘중국산 볼보’가 들어온 배경이다. 2018년 2월부터 판매되는 S90은 모두 중국산이다.

볼보는 ‘독일 프리미엄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와 테슬라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차 브랜드다. ‘스웨디시 럭셔리’를 표방하는 간결한 디자인과 뛰어난 안전 성능, 그리고 독일 차 대비 조금 저렴한 가격도 강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만대 판매 클럽’을 목표로 하는 볼보지만, 관심만큼 ‘악플’도 적지 않다. 특히 전량 중국에서 생산하는 S90이 타깃인데, 반중(反中) 감정에 ‘중국산 볼보가 무슨 스웨디시 럭셔리’냐는 비아냥까지 더해진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거대 내수시장을 갖지 않고선 전량 자국에서만 생산하는 완성차 브랜드는 드물다. 볼보는 “다칭공장은 최신 시설로 지어진 데다, 스웨덴 본사에서 엄격하게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선택은 고객의 자유다. 결국 판매 수치가 증명할 일인데, 부분 변경된 S90이 예약 판매 두 달 만에 3200대가 계약됐다니, ‘중국산 볼보’에 개의치 않는 사람도 많은 건 사실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