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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전경련 찾아오고 내부 논란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마스크를 벗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마스크를 벗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개정돼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상법ㆍ공정거래법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안팎에서 나흘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ㆍ여당을 견제해야 할 보수정당 대표가 기업 규제 법안에 포괄적 동참 의사를 내비치면서, 보수진영이 자칫 명분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벌써 “김 위원장 의지를 환영한다. 공정거래 3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김태년 원내대표)며 사실상 야당 압박에 나선 상태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건 재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권태신 부회장은 지난 15일 김 위원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상법과 공정거래법이 전반적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처음 동의 의사를 밝힌 바로 이튿날이다.

이 자리에서 권 부회장은 20~30분에 걸쳐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돼선 안 된다는 취지로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정부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전속고발권 폐지 등 대체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재계에서는 특히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母)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의 소송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역시 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조항 때문에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 경영권 간섭에 악용될 가능성이 거론 된다. 전경련은 이같은 우려를 담은 반대 의견서도 지난 1일 제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차 추경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의원들이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차 추경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 노선을 바꾸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은 17일 페이스북에 ”손실을 끼칠 가능성만 있는 배임죄 등 자의적 국가권력을 그대로 둔 상태로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도입하면 어떻게 되겠나“며 공개 반발했다.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답게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달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의원도 ”김종인 위원장이 자기 대표브랜드인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이는 차원 아니냐. 내용이 불분명한 경제민주화를 정강정책에 넣었다고 김 위원장 마음대로 당 노선을 바꾸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18일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쟁점 사항이 워낙 여럿이고 우리 기업과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금은 정무위ㆍ정책위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입장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아직 정해진 입장이 없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도 이날 ”원칙적 동의일 뿐, 여당 법안을 그대로 받을 리가 있나. 반대할 건 하고 바꿀 건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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