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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못만난 두산중 노조 "원전 말하려했는데…회사가 靑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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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방문했을 때 두산중 노동조합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두고 엇갈린 설명이 나오고 있다.
두산중 노조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이날 배석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는 이에 대한 공식 의견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다만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회사가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회사가 청와대 눈치를 너무 본다”는 불만이 노조 안팎에서 나온다.

반면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서 배석자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문 대통령의 가스터빈 공장 시찰에 동행했던 사람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지원 두산중 회장, 김경수 경남지사, 정연인 두산중 사장 등이었다. 두산중 관계자는 “경남 경제부지사 등도 함께하지 못할 정도로 안전을 위한 인원 제한을 했던 행사”라며 “노조가 배석하지 못한 건 맞지만, 노조만 배석 못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나 “정부가 지원하는 풍력ㆍ가스터빈 등 사업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우리 일자리가 위협받는다. 계획했던 원전 건설이라도 다시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의 만남이 무산된 노조는 내부 의견을 조율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영난을 겪고 있는 두산은 5월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빌린 상태다. 두산솔루스ㆍ클럽모우골프장 등 계열사와 자산을 팔아 이 돈을 갚고 있다.

경영난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건 정부의 탈원전 기조다. 두산중은 회사 전체 매출의 13~15%가 원전 설비 제작ㆍ유지ㆍ보수 영역에서 나오는데,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 막혀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창원 가스터빈 공장 방문은 이 같은 두산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명분은 ‘그린뉴딜’ 산업 현장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장에서 해상풍력·수소액화플랜트·연료전지 등 그린뉴딜 제품군을 둘러봤다. 가스터빈 블레이드에는 ‘대한민국 중공업의 힘! 문재인’이라고 서명했다.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박지원 두산중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친환경 에너지 사업 현황과 세계에서 5번째로 개발한 가스터빈을 소개했다. 두산중은 2013년부터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과제에 참여해 지난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개발했다. 박 회장은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는 제품과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할 계획”이라며 “국내 친환경 에너지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7월엔 전북 부안군에 있는 두산중의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를 찾아 이 회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해상풍력 성과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오늘의 수준에 이른 점에 대해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65.5m짜리 풍략발전기 블레이드(날개)를 소개받았을 땐 “굉장히 칭찬받을 만한 개발 사례”라고 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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