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결정으로 주식시장이 차갑습니다. LG화학은 17일에만 6.1%(4만2000원) 하락해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물적분할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은 ‘반도체 빠진 삼성전자’, ‘방탄소년단 없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반응입니다.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물적분할이 뭐길래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거셀까요?
#새 회사 주주되는 인적분할, 자회사 추가되는 물적분할
=하나의 기업을 두 개 이상으로 회사를 분할할 때 주식을 어떻게 나누냐에 따라 물적분할과 인적분할로 나뉜다.
[그게머니]
=물적분할은 분할하는 기업의 주식을 원 회사가 100% 보유해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신설회사는 비상장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LG화학 자회사가 될 ‘LG에너지솔루션(가칭)’은 향후 기업공개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적분할은 주주 구성이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A회사의 지분을 1%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분할 후 존속 회사 A의 지분 1%와, 신생 B사의 지분 1%를 갖게 된다.
=상장사가 인적분할을 한 경우에는 변경·재상장 절차를 밟게 된다. 순자산분할비율과 주식수 등을 고려해 기준가를 결정하고, 공모주처럼 기준가 대비 50~200%에서 시초가가 결정된다.
#‘따상상상’ 꿈 사라진 LG화학 주주?
=LG화학 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이 인적분할보다 좋을 게 없다. 인적분할 후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재상장을 하면 SK바이오팜처럼 ‘따상상상’의 대박을 낼 수도 있었다. 이런 기회를 놓쳤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가하락의 주된 이유로 ①자회사인 배터리 부문의 사업 가치 할인 반영 ②배터리 부문 상장 시 LG화학 주식 소외 ③향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지분 감소 등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봤다.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을 호재로 본다. 배터리 부문의 사업가치가 상승하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LG화학의 기업가치도 더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자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는 제자리 걸음을 할 때도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21조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시가 총액은 20조원 대에 머물러있다.
#9월에만 KCC, 대림산업 분할 결정
=기업분할은 드문 일은 아니다. LG화학이 물적분할을 발표한 17일 KCC도 실리콘 사업을 물적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이외에 10일에는 대림산업이 인적·물적 분할을 공시했고 4일에는 두산도 모트롤BG 사업부를 물적분할한다고 공시했다.
=기업분할의 주된 이유로는 사업부문의 전문화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이 꼽힌다. 인적분할의 경우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물적분할의 경우 해당 사업부문을 매각을 위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주주 입장에선, 확실히 인적분할이 낫다?
=국민대 정무권 교수가 2001년~2015년 인적분할한 99개 기업의 주가를 연구한 결과 인적분할 회사의 주가는 상장 3개월과 1년 후 각각 8.72%, 19.06% 상승했다.
=인적분할의 성공사례로는 두산이 꼽힌다. 두산은 2019년 10월 소재산업과 연료전지 사업부문을 각각 인적분할해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을 설립했다. 분할 전 분할비율에 따른 시총은 두산솔루스 742억, 두산퓨얼셀 1329억원이었는데, 현재는 두 회사의 시총이 각각 1조2200억, 2조9600억 수준이다.
=다만 분할한 사업부문의 성장성 등에 따라 성과가 엇갈리기도 한다. 2017년 머니투데이가 2004~2015년까지 인적분할한 2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분할 발표 1년 후 시가총액 평균 상승률은 29%였다. 하지만 농심홀딩스(170% 상승) 등 소수 기업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였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보다 상승효과가 적다는 분석도 있다.한국상장사협의회의 2008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중 인적분할의 주가 상승 효과가 컸다. 물적분할은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변동이 없고, 신설 회사에 대한 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등 인적분할에 비해 긍정적 요인이 적다는 것이 이유로 꼽았다.
안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