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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서 회의·수다 가능"…삼성 손뗀 VR, 페이스북은 올인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일도 하고 학교도 가지만, 오프라인에서처럼 내가 딱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는 않잖아요. 가상·증강현실(VR·AR)은 여러분이 그 자리에 진짜 존재하는 느낌을 줍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17일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를 공개했다.[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17일 '페이스북 커넥트'에서 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를 공개했다.[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7일 VR·AR 기술을 활용하면 앞으로는 '모든 것을 집에서 할 수 있는(xFH·everything from home) 세상'이 펼쳐진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새벽 온라인으로 연례행사 '페이스북 커넥트'를 열고, 자체 개발한 VR 헤드셋 신제품 '오큘러스 퀘스트2'와 VR·AR 사업 청사진을 공개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로 많은 것을 온라인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VR·AR 기술이 우리 생활에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과 같이 집에 있어야 하는 시기에는 친구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같이 있는 느낌이 필요한데, 이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코로나19 이후 게임, 회의 등을 통해 VR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애리조나 선샤인, 에코VR 등 자신이 좋아하는 VR 전용 게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는 18일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에서 출시되는 오큘러스 퀘스트2는 전작 대비 무게는 10% 이상 줄이고 성능은 개선한 제품이다. 퀄컴이 VR·AR용으로 개발한 스냅드래곤 XR2 프로세서가 장착됐으며, 해상도도 기존 1440x1600픽셀에서 1832x1920픽셀로 높아졌다. 64GB 용량 기본 모델이 299달러, 한국에서는 41만4000원에 판매 예정이다. 전작보다 100달러 저렴해졌다. 'VR의 대중화'를 위해 가격 장벽을 낮춘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인피니트 오피스'라는 이름의 미래 사무실 컨셉을 공개하기도 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만 착용하면 당장 내 옆에 컴퓨터가 없어도 기존 사무실에서처럼 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글래스·헤드셋을 착용하면 모든 것이 집에서 가능한(xFH) 세상을 만드는게 페이스북의 구상이다.

이날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는 한국인 이진하씨가 공동창업한 '스페이셜'이 VR 협업 대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이 씨는 VR 회의실에서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문서 작업을 하면서 강아지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는 한국인 이진하씨가 공동창업한 '스페이셜'이 VR로 협업하는 대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영상에서 VR 회의실에서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문서 작업을 하면서 강아지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페이스북]

이날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는 한국인 이진하씨가 공동창업한 '스페이셜'이 VR로 협업하는 대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영상에서 VR 회의실에서 동료들과 회의를 하고, 문서 작업을 하면서 강아지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페이스북]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조만간 자신만의 스마트 글래스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레이벤 선글라스로 유명한 에실로룩소티카와 협력해 내년에 스마트글래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2014년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VR·AR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성장은 더딘 편이었다. 저커버그조차도 지난해 10월 컨퍼런스 콜에서 "VR·AR 시장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페이스북의 기조는 바뀌었다.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비스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사내 VR·AR 부서를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이라는 연구소로 격상시켰다. 당초 '오큘러스 커넥트'라고 불리던 VR·AR 컨퍼런스도 이번 행사에서부터 '페이스북 커넥트'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게 저커버그의 설명이다.

반면 페이스북과 같은 해에 VR 시장에 뛰어들었던 삼성전자는 페이스북과 반대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는 360도 이미지·비디오 촬영과 같은 VR 콘텐트를 제공하는 서비스 '삼성XR'을 이번달 30일까지만 운영한다. 지난 4월에는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와 협업했던 '기어VR' 앱에 대한 지원도 종료한 바 있다. 대신 AR에 대한 투자는 지속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미국의 AR 기술 전문 기업 '디지렌즈'에 투자했다. 구글 역시 지난해 자사 VR 플랫폼 '데이드림 VR' 사업을 중단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 5월 VR 전문 기업 넥스트VR을 인수했다. 인수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약 1억 달러(약 1174억원) 정도로 업계는 추정한다. 외신들은 애플이 2022년 AR 헤드셋을, 2023년에는 AR 전용 글래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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