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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가정 학대상담 미뤄진 사이…'인천 라면 형제' 비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A씨 자택에서 불이 나 A씨의 자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뉴스1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A씨 자택에서 불이 나 A씨의 자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뉴스1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초등학생 형제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은 사고 관련해 사전에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형제의 어머니인 A씨(30)와 두 아들에 대해 조치를 한 정황이 파악되면서다.

17일 경찰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등에 따르면 A씨가 두 아들을 방임한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2018년 9월이다. 당시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A씨 가족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추홀구 드림스타트는 A씨와 자녀를 상대로 상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두 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아보전이 A씨 자택을 방문했을 당시 집은 청소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등 어수선한 상태였다. 아보전 관계자는 A씨와 상담을 한 뒤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라고 재차 주문했다.

3차례 접수된 “엄마가 아이들 방임한다” 신고

몇 개월 뒤인 지난 5월 12일 A씨가 아이를 방임한다는 신고가 세 번째로 접수됐다. 아보전은 아동학대와 방임 건으로 경찰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2주 뒤엔 인천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했다. A씨의 두 아들을 어머니로부터 격리해 보호시설에 위탁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17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은 A씨를 아동보호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아동보호 사건으로 청구하면서 A씨 건은 인천가정법원에 회부됐다.

인천가정법원은 지난달 27일 A씨에 1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상담, A씨의 두 아들은 12개월 동안 상담하라는 상담위탁 처분을 내렸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보호처분은 통신제한, 보호관찰, 사회봉사, 치료위탁, 상담위탁 등이 있다. 그중 상담위탁을 결정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A씨를 조사한 뒤 정신과 전문의 등 진단을 거쳐 당시에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상담과 치료위탁 처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이 같은 법원의 결정문이 아보전에 도착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담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학교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아이들은 집에 단둘이 있는 날이 늘었다. 그러던 중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이들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던 중 불이 났고 형제가 중화상을 입는 사고로 이어졌다.

‘돌봄 사각지대’ 한부모 가구 위한 대책 필요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연합뉴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연합뉴스

초등학생 형제의 비극 이후 일각에서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한부모 가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초생활 수급 대상인 A씨 가족은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살면서 A씨 홀로 두 아들을 키웠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부모가구는 약 153만 가구다. 이중 자녀가 18세 이하인 한부모 가구는 약 40만 가구다. 허종식 의원실에 따르면 16일 기준 비대면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는 10개 시도 7000곳이다. 약 40만의 한부모 가구가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허종식 의원은 “이번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금지원이 아니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상황 조성이 먼저”라면서 “아동수당 지급, 아동 양육 한시 지원사업 관련해 한 가정당 추가 지급될 금액을 순회 돌봄 사업의 인건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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