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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광형의 퍼스펙티브

비대면 수업, 20분 이상 집중 힘들어…원격 교육 보완할 기술 개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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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코로나와 AI 시대의 교육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좌교수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좌교수

가을 학기를 맞아 다시 원격 수업이 시작됐다. 지난 학기에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원격 수업이었다. 초기 혼란을 거쳐 그런대로 무사히 학기 말 시험을 마쳤다. 교수들은 과목별로 성적을 부여하고, 학생들은 교수들의 강의를 평가했다. 결과는 우려보다 그다지 나쁘지 않게 나왔다. 학생들이 받은 학점은 과거보다 다소 후하게 부여됐다.

원격 수업서 열강해도 20분 지나면 절반 학생이 사라져 #컴퓨터 보면서 한 시간 집중해 수업하는 건 무리일 수도 #기술은 인간 욕구 충족시키면서 단점 보완할 의무 있어 #한 학기 동안의 비대면 수업, 가능성과 함께 과제 던져줘

교수들이 받은 강의 평가도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별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실험 실습 과목이었다. 실험 실습 과목의 강의 평가가 나쁘게 나왔다. 과목 특성상 실험실에 모여 기기를 만지며 실험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러지 못했다. 어떤 과목은 실험 과정을 원격으로 보여주는 선에서 만족하기도 하고, 어떤 과목은 소규모로 분반해 실험하기도 했다.

원격 강의 방식에서도 약간 차이가 있었다. 교수가 실시간으로 화면에 뜨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강의하는 경우에는 교실 수업과 별 차이 없는 강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강의를 녹화해 온라인에 올려놓고, 학생들이 편할 때 시청하는 비실시간 강의는 평가가 좋지 않았다. 실시간과 비실시간 혼합 강의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슴 아픈 것은 지난 3월 입학한 신입생들이 학교 캠퍼스에 넘치는 자유와 낭만을 즐겨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만난 한 신입생이 오늘 두 번째로 학교에 와봤다고 말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또 학업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원격 시험은 원천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원격 수업은 그런대로 적용할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몇 가지 과제를 남겼다.

AI 시대 인재상은 지식·창의성·협동심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확산하고 있다. 원격 수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간의 집중력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새 과제가 됐다. [AFP·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확산하고 있다. 원격 수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간의 집중력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새 과제가 됐다. [AFP·신화=연합뉴스]

교육은 미래 인재를 기르기 때문에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 가르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식 함양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을 암기해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 중요했다. 둘째, 창의성이다. 스스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다.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당연히 요구된다. 셋째, 협동심이다.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세상이 됐다. 당연히 주위 사람들과 힘을 모아 협동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인재상이 변하고 있다. 먼저, 지식 함양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터넷이나 AI가 제공하는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됐다. 창의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인간과 AI를 구별 짓는 능력은 거의 유일하게 창의력이 될 것이다. 이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협동심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전히 사람들 사이의 협동은 중요하다. 동시에 기계와 인간의 협동도 중요해질 것이다. 기계와의 협동은 AI 기계와의 팀워크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 자신이 기계의 특성에 맞춰 주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확산하고 있다. 원격 수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간의 집중력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새 과제가 됐다. [AFP·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확산하고 있다. 원격 수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간의 집중력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새 과제가 됐다. [AFP·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은 상당히 긴 시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두 가지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코로나와 AI의 세상이다. 코로나 때문에 시작된 원격 교육을 위해 AI가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앞에서 살펴본 미래 인재상의 첫 번째 조건은 지식이다. AI와 빅데이터가 결합한 원격 수업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진다.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은 학생의 지식 함양은 물론 지식 활용 능력을 길러줄 것이다.

두 번째 항목인 창의성도 AI의 도움으로 길러질 수 있다. AI 교사는 학생 수준에 맞는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이어갈 것이다. 창의성 계발의 첫걸음이 질문과 토론이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채팅방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필자는 지금도 강의 중에 가끔 채팅방을 이용해 질문을 받는다.

한 시간 단위 수업 방식 적절한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확산하고 있다. 원격 수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간의 집중력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새 과제가 됐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확산하고 있다. 원격 수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학생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간의 집중력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교육을 하기 힘든 단점도 있다.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새 과제가 됐다. [AFP=연합뉴스]

세 번째는 협동이다. 미래 사회에는 두 가지 협동이 있다. 인간 사이의 협동과 인간·기계 사이의 협동이다. 일견 사람 간 협동심을 기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필자는 인간관계에서 신세대와 기성세대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세대는 SNS에서 친구를 사귀고, 이렇게 사귄 이성과 결혼도 한다. 미래에는 온라인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온라인 인간관계가 미래 협동에 적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기계를 사용하는 원격 수업은 인간·기계 간 팀워크를 훈련하는데 더욱 적합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면서도 필자의 머릿속에는 떨치기 어려운 모습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원격 수업 장면이다. 필자가 아무리 열변을 토해 강의해도 20분이 지나면 화면에 보이는 얼굴은 절반도 안 된다. 처음 시작할 때 출석 표시를 하고는 슬금슬금 빠져나가서 보이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얼굴은 숨기고 소리만 듣고 있다.

인간은 원래 그런 동물이다.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해도 인간은 20분을 집중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간의 나태함과 집중력의 한계 때문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매일 새로운 일을 결심하지만 3일을 넘기기 어려운 숙명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한 시간을 집중하고 공부하기란 인간에게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교실 수업에서 사용하는 한 시간 단위의 수업 방식이 원격 수업에서는 맞지 않는지 모르겠다.

기술은 인간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인간의 단점을 보완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인간의 부족한 집중력을 보완해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보여준 한 학기 동안의 원격 수업은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AI·VR·빅데이터로 원격 수업에 맞는 콘텐트 만들어야

원격 수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장시간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기야 교실에서 교사가 있어도 엎드려 잠을 자는 학생이 있는 상황이니 혼자서 컴퓨터 앞에서 집중해 공부하라는 요구는 무리인지 모른다. 이러한 인간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다. 다만 이것이 원격 교육 시스템으로 통합돼 있지 않을 뿐이다.

원격 교육을 위한 첫 기술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다. 이 기술은 학생의 성격과 태도, 학업 수준을 파악해 학생에게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빅데이터는 해당 학생에 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AI는 이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학생에게 맞는 교육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 또 학생 수준에 맞는 질문을 해 뇌를 자극할 수도 있다.

두 번째 기술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이다. 이 기술은 컴퓨터 화면 속에 보이는 학습 공간이 현실처럼 보이게 해 집중력을 높여 줄 수 있다. 특히 원격 교육에서 가장 큰 난제인 실험 실습 과목에 해답을 줄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가상 실험을 구현하면 학생이 눈앞에 보이는 실험 장비를 게임에서처럼 손가락으로 움직이며 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미 활용되는 비행기 조종사 훈련 시뮬레이터를 연상하면 된다.

세 번째는 영상 인식 기술이다. 이 기술은 얼굴 표정과 시선을 분석해 학생의 수업 집중 정도를 특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수업시간 중 어느 정도 집중해 수업을 들었는지 측정할 수 있다. 또 시험 시간에 학생이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보게 되면 즉시 경고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아이 카메라(Eye Camera)를 이용하면 더욱 정교하게 학생의 시선을 추적 관리할 수 있다.

이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시간과 돈이 투입되면 집중도 높은 원격 교육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기존 교육 콘텐트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옮겨 놓으면 효과를 얻기 어렵다. 원격 수업에 맞는 새로운 콘텐트를 개발해야 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및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