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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추 장관 지키려고 대한민국 군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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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씨의 휴가 연장 민원 관련 녹취가 서버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방부와 육군정보체계관리단을 잇따라 압수 수색했다. 당초 서씨의 휴가 연장 민원에 대한 녹취 파일은 보관 기간인 3년이 지나 국방부 콜센터 저장 체계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방부 민원실에 걸려온 전화번호 등을 포함한 통화 기록도 저장돼 있다는 것이다. 녹음 기록은 추 장관 부부 중 누가 어떤 민원을 제기했는지 밝혀 줄 주요 증거 자료다.

“카톡으로 휴가 연장”…국방장관은 횡설수설 #녹취파일 은폐 의혹 파헤쳐 책임자 문책해야

보존 기한 3년이 지나 파기됐다던 민원실 녹음 기록이 느닷없이 되살아난 경위도 해괴하지만, 그동안 서씨 등 2017년 병가자들 휴가 자료만 사라졌다는 여러 의혹과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던 국방부는 녹취 파일 은폐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국방부는 그동안 서씨의 휴가 연장, 군 병원 요양심의위 심의 생략 등이 모두 국방부와 육군 규정에 비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의혹의 본질에 대해선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서씨의 2차 휴가 만료 직전 보좌관 전화, 1차 휴가 만료 시점에 추 장관 부부의 민원 제기 등 핵심 사항에 대해선 침묵했다.

인터넷엔 ‘우리도 전화로 휴가 연장하자’는 젊은 장병들의 조롱과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거기에 대해 국방부는 집권당 대표 시절 추 장관의 외압 청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을 쏙 빼놓고 추 장관에게 유리한 부분만 공개했다. 추 장관 감싸기에 급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휴가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 2017년 당시 진료 내역, 휴가 명령서 등의 자료만 없어졌지만, 그래도 ‘문제가 없다’는 국방부의 일방적 주장을 누가 믿을 수 있겠나. 그런데도 국방부 장관은 ‘행정 절차상의 오류’란 궤변만 반복하고 있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관련 논란이 정권의 ‘서 일병 구하기’로 변질된 마당이다. 여당 원내대표는 “카톡으로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고 하는 등 휴가 특혜가 드러나도 문제없다는 식이고, 국방부 장관은 “저희가 자료가 없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뒤늦게 군색한 변명이다. 우리 군은 그제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말을 번복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군의 기강과 명예,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추 장관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의 군을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는 건가.

검찰은 지난 8개월 동안 사실상 수사를 방치했다. 뒤늦은 압수 수색에 폐기됐다던 녹취 파일은 되살아났다. 이 기회에 정부 당국자나 기관이 은폐·조작에 관여하거나 동원됐는지 여부도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 되살아난 군 녹취 파일과 은폐 의혹을 받는 국방부 장관은 당연히 수사 대상이다. 그렇지 않다면 최종 수사 결과를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