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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해외주식 옮기면 1000만원 쏜다" 서학개미 쟁탈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이모(37)씨는 이달 초 한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던 미국 주식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겼다. 타사 계좌에서 해외 주식을 옮겨오면 현금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서다. 이씨는 "주식 거래하는 증권사만 달라질 뿐, 내 주식은 그대로고 10만원을 준다고 해 계좌를 갈아탔다"고 말했다.

해외주식 직구족이 늘면서 증권사도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린다. 셔터스톡

해외주식 직구족이 늘면서 증권사도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린다. 셔터스톡

국내서 해외 주식으로 '고객 확보전' 확대

해외 주식 직구(직접 구매) 열풍에 발맞춰 증권사들의 '타사 고객 확보전'이 치열하다. 다른 증권사 계좌에 있는 보유 주식을 옮겨 오는(타사 대체입고) 고객에게 현금을 내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과거에도 '고객 뺏기' 영업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해외 주식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증권사 간 경쟁이 붙자 수십, 수백만 원 수준이던 지급액도 1000만원까지 불어났다.

가장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이는 곳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1000만원 이상 주식을 옮겨와 이달 30일까지 해외 주식을 1000만원 이상 거래(온라인)하면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한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잔고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1000만원 이상 입고하면 1만원, 5000만원 이상은 5만원, 1억원 이상 10만원, 100억원 이상이면 1000만원을 주는 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해외 주식 1주 이상 옮겨 온 뒤 거래하면 현금 혜택을 준다. 해외 주식 1주 이상 입고만 해도 1만원, 1000만원(입고 시점 원화 기준 평가액) 이상은 3만원, 1억원 이상 10만원, 30억원 이상이면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해외 주식을 입고한 고객에게 최대 200만원을 캐시백 형태로 지급하고,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해외 주식을 입고한 고객에게 최대 30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내걸었다.

증권사 해외주식‘타사 대체입고’이벤트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증권사 해외주식‘타사 대체입고’이벤트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학 개미 잡자"…해외주식 수수료도 '짭짤'

증권사들이 타사 고객 유치전에 뛰어드는 건 급증하는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사고판 거래대금은 1221억 달러(약 144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해외 주식 결제액(409억8500만 달러, 약 48조원)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주요 수입원인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가 짭짤하다는 점도 한몫했다.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는 통상 0.015% 안팎이지만,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는 이보다 10배 이상 높은 0.2~0.3% 정도다. 환전수수료 같은 부가 수입도 발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올 상반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은 22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56억원)의 세 배 수준으로 뛰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해외 주식 투자자가 늘고 있고, 리테일 사업에서도 해외 주식 부문이 유망하다 보니 대체입고 마케팅이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진행 중인 해외주식 타사 대체입고 이벤트.

삼성증권이 진행 중인 해외주식 타사 대체입고 이벤트.

"중소형사 수익성 악화 우려"

이들 증권사는 고객에게 주는 현금을 '장기적인 마케팅 비용'으로 여긴다. 이벤트로 유치한 고객이 나중에 더 큰 수익원으로 돌아올 것이란 얘기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며 "길게 보고 이벤트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도 증권사를 옮길 때 보유 주식을 팔고 돈을 입금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 없는 데다, 손실이 생기지 않아 서로 '윈윈(win-win)'이란 평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벤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판촉비 지출로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특히 중소형사에 더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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