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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빚투' 확산에 1%대 금리 사라질까…속도조절 나선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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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내 주요 은행이 개인에게 내준 신용대출 잔액이 8월 한 달 새 4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흐름에 신용대출 금리도 떨어지자 이를 활용해 공모주 등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본점 앞. 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이 개인에게 내준 신용대출 잔액이 8월 한 달 새 4조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흐름에 신용대출 금리도 떨어지자 이를 활용해 공모주 등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2일 오후 명동 하나은행 본점 앞. 연합뉴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ㆍ‘빚투’(빚내서 투자) 문화 확산으로 신용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자 시중 은행들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용대출 총량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우대금리 폭을 줄여 전체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소득자들의 연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도 줄일 방침이다.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이다. 0.6~1% 수준의 우대금리를 최대한으로 받아야 최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 계좌나 계열 카드 이용 실적, 자동이체 실적 등에 따라 부여된다. 우대금리 폭을 줄이면 신용대출 금리의 전체적 수준은 올라갈 수밖에 없고, 대출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미 한 시중은행은 지난 1일자로 신용대출 우대금리 할인 폭을 0.2%포인트 줄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비슷한 폭으로 금리를 조정할 경우 사실상 1%대 신용대출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시중 은행 신용 대출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sng.co.kr

시중 은행 신용 대출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sng.co.kr

신용대출을 조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특수직(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 등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보통 연 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지지만, 특수직 등은 현재 은행에서 많게는 연 소득의 200%까지 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봉이 1억원이면 2억원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4일 시중은행 부은행장(여신담당 그룹장급)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모가 클 수록 부동산 등 투자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주요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을 제외한 4곳의 이날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가 한 달 전보다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준금리의 상단과 하단이 함께 올랐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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