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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도 아들도 "증언 거부"…조국 '형소법' 전략 그대로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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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왼쪽)와 그의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왼쪽)와 그의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아들 조모씨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나와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4일 부인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펼쳤던 전략과 같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최 대표의 재판에는 정 교수와 조씨가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최 대표는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조씨가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없는데도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전면적 증언 거부하겠다”…“법정에서 진술하겠다더니” 

정 교수는 선서를 마치자마자 “전면적으로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최 대표 명의로 된 인턴증명서를 아들 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받는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정 판사는 “별건으로 재판 진행 중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해 본인이 처벌받을 염려가 있으므로 거부하겠다는 뜻이냐”고 물었고, 정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소송법은 자신의 증언으로 자신이나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 제기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

검찰과 변호인은 정 교수가 말한 ‘전면적 증언 거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 교수 측은 증언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계속 증인에게 질문하는 건 증언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나치게 재판이 지연될 수 있으니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찰의 신문 과정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증인의 권리지만 신문 절차는 필요하다고 맞섰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재판에 나와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다가 일부 질문에는 답변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 조 전 장관이 전면적 증언 거부 의사를 표시했으나 개별 질문은 이뤄졌다는 점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 판사는 “형소법에 일괄적으로 질문을 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부분은 없다”며 “일단은 증인신문을 개시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실 확인만을 위한 질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정 교수는 검찰 질문에 모두 "진술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검찰은 “남편에게 ‘아들 로스쿨 지원서에 넣을 스펙이 인권센터 인턴 외에 없네’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최 대표 사무실 인턴이 사실이면 이런 문자 보낼 이유 없는 것 아닌가” “최 대표가 ‘아들 조씨 목소리 오랜만에 들었다’고 했는데, 매주 2회씩 인턴을 했는데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한 건 인턴 한 적이 없어서 아닌가” 등을 물었다.

아들 조씨 역시 같았다. 그는 “증언 내용에 따라 검찰이 다시 소환해 기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제 증언이 어머니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전면적으로 증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대표 재판이기는 하나 실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조씨가 2017년경 인턴을 했느냐의 문제”라며 “조씨의 기억과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반발했다. 특히 조씨가 검찰 1회 조사과정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피곤하다며 조사 중단을 요구했고, 2회부터는 “법정에서 진술하겠다”며 증언을 거부했다며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변호인은 이번에도 “일일이 질문하는 방식에 찬성하기 어렵다”며 “재판의 효율성과 증언거부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증인신문을 제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 판사는 “포괄적 증언 거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술거부권에 갇힌 2018년 인턴증명서 의혹

검찰은 최 대표 명의의 ‘2018년 인턴증명서’ 위조 의혹을 두고 질문을 이어갔으나 두 사람의 진술거부권으로 인해 재판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종료됐다. 조국 부부는 최 대표 명의로 된 2017년 10월 11일자 인턴증명서와 2018년 8월 7일자 인턴증명서를 아들 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6월 재판에서 최 대표 측 변호인은 “2017년 인턴증명서를 두 장 준 것 외에는 작성하지 않았다”며 “2018년 증명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조국 부부가 2018년 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의심한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 확인서 인장과 2018년 확인서가 같은 원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2017년 확인서 부분을 캡처해서 2018년 확인서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 “2018년 확인서 마지막 저장한 사람이 조국으로 나오는데, 조 전 장관이 증빙서류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또 “상식적으로 2017년 확인서에 나온 인턴활동이 사실이라면 2018년에 다시 요청해서 받으면 되는데 집에서 제작한 것 보면 2017년도에도 실제로 인턴 안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조씨는 이 같은 질문들에 모두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라고만 답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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